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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이 과거 잔재 청산 막는다

2022.08.1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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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일자
    2022-08-18
친일파가 강원도지사와 시장, 군수를 지내고,
민간인 학살의 주범이 강릉시장을 역임했지만
우리는 이들의 공적만을 기리고 있습니다.

이런 과거의 잔재들은
여전히 우리 주변에 많이 남아 있는데
과거의 잔재들을 청산하지 못하는 건
행정기관들과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가
무관심하기 때문입니다.

김인성 기잡니다.


'천년고찰'이라 불리는 고성 건봉사에는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리는
'만해당 대선사시비'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바로 옆에는
어린 시절 건봉사에서 '중련'이라는 법명으로
출가했다는 유명 대중가요 작사가 조명암의
시비가 본명인 조영출의 이름으로
나란히 서 있습니다.

친일인명사전을 보면
바다의 교향시, 목포는 항구다,
알뜰한 당신 등
대중가요 수백 곡을 작사한 조명암은
1940년대 들어
지원병의 어머니, 혈서지원 같은
조선인들의 징병을 촉구하는 내용의 가사를
많이 쓴 친일파로 등재돼 있습니다.

강릉시 연곡면에는
지금의 국도 7호선 옆에 사람들이 많이 다녔던 '백일교'라는 다리가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 영동지역에서 많은 공을 세웠던
김백일 장군의 이름을 딴 다리입니다.

[그래픽]
하지만 친일인명사전을 보면 김백일은
항일 독립운동가들을 잡아들이고
조선인들에 대한 고문, 약탈, 강간을 일삼아
악명이 높았던 간도특설대를 창설한 친일파입니다.

친일파 강원도지사와 시장, 군수와
민간인 학살의 주범 강릉시장,
그리고 곳곳에 널려 있는 친일 잔재들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강원도와 시.군들의 무관심입니다.

[전화인터뷰] 방학진
/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
악명 높은 간도특설대 출신 김백일의 이름을 딴
백일교가 강릉에 있고요. 수많은 친일 관료들의 성덕비가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강원도에서는 다른 지역과 달리 전수조차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이를 연구해야 할 학자들이
친일파 후손들과 잘 안다는 이유로
눈 감는 것도 이유입니다.

[전화 녹취] 강릉지역 대학 교수
저도 그 (친일파) 후손들 다 아는 사람들이고.
뭐 뻔하지 않습니까? 강릉의 유명한 사람들...
그래서 그 얘기는 하기가 상당히 곤란합니다.
여기 다 아는 사람들이고 한데 친일 얘기 하기가 참...

전국 거의 대부분의 시.도에는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시.도지사들이 계획과 예산을 세우고,
이를 적극 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다.

하지만 강원도에는 없습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무관심했다는 겁니다.

올해 출범한 새 강원도의회에서는
'일제 잔재 청산에 관한 조례' 제정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인터뷰] 최승순 강원도의원
자라나는 세대에게 교육의 자료가 될 수 있도록
저희들이 철저하게 준비해서 타 시.도에 못지 않은 우리 지역 일제 잔재 청산의 그런 근거가 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친일과 민간인 학살 같은
과거의 어두웠던 잔재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올바로 기록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남현
/ 가톨릭관동대학교 역사교육과 명예교수
공적을 쌓은 부분하고, 잘못돼서 나쁜 일을 한 것을 분명히 우리가 자료 속에서 찾아서 정리하고, 또 그것을 기록을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

광복 77년. 6.25 전쟁 발발 72년이
훌쩍 지났지만
우리에게 진정한 의미의 광복과 종전이
찾아오기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MBC뉴스 김인성 (영상취재 김종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