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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될 결심

사연과 신청곡
22-08-18 14: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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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어떡하죠? 아내에게 뭐라 변명을 해야 할지...
새벽마다 변비환자 소리내며 머리 쥐어뜯지 말고 1년치 모조리 다 써서 보내고 오라며 김여사께서 친히 글휴가를 허하여 주셨는데, 글은 한 줄도 못쓰고 쌀음료, 보리음료만 축내다 돌아가게 생겼어요..ㅠ..
리디, 좀 도와주세요. 아무글이나 읽고, "네, 여러분.. 조씨께서 오셨습니다" 한마디만 해주세요. 글구 아라아빠님, 염치없지만 글 좀 올려주세요. 같은 성씨라 아내는 모를 거예요.
아... 열차시간은 다가오는데... 집에 가지 말까요?
노래 들으며 생각좀 해봐야 겠어요. 거 노래 있으면 하나 틀어 주시오! 갈 때 가더라도 노래 한곡 정도는 괜찮차나?
 
결국 집으로 돌아 왔네요. 오면서 어딜 들렀었는데 그날 하루의 기억이 흐릿해요. 차를 놓쳐서 택시를 탄 것까진 기억이 납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이 양반이 낮술 드셨나? 날 더운데 장난 하지말고 내려요!
-아, 죄송합니다.. 이포로 가주세요...
이포초등학교 앞에서 내린것 같아요. 교문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더군요. `축! 17회 졸업생 조납득 율제병원 외과과장 취임`
아... 납득이가 여기 초등학교를 나왔구나... 출세했네... 어?..! 낯익은 분이 지나가네요.
-저기... 연수 형사님 아니세요?
-네? 어떻게 저를 아시죠?
-뉴스에서 뵌 것 같아요. 바쁘시죠?
-바쁘긴요.. 그사건 이후로 마을이 잠잠해져서 요즘 부업삼아 라디오DJ도 하고 노래도 냈어요. 이제 개그맨이나 해볼까봐요.. 하하하..
-저도 그런 분 한 명 알고 있는데... 그나저나 해준 경감님은 잘 계시죠?
-말도 마쇼... 그 일 있고 그만 두셨어요... 바다로 나가 송서래 찾겠다고 요즘 배만들고 계신데, 글쎄 그 배 모양이 거북이를 닮았지 뭡니까? 그 깔끔한 양반이 수염도 덥수룩해 지시고... 에휴...
-아...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비염이 심한 저는 안개속에서 택시를 타고 얼른 마을을 빠져 나왔습니다.
-기사님 산포로 가주세요
-네, 그럽죠...
이동중에 택시드라이버 분께서 아드님 자랑을 늘어 놓으시더라구요.
-울 막내가 연예인인데 요즘 바쁜지 연락이 뜸해요. 가끔 전화해서 밥은 먹었니? 하면, 노래를 꺼내 먹는 다는데 뭔 소린지... 전 그냥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란 말만 하죠...
 
산포역 앞에 내려 조금 걸으니 창고 같은 카페가 보이네요.
-커피우유 한 잔 주세요
-그건 일요일에만 팔아요
-그럼 밀크커피로 주세요
밀크커피를 건네는 이 남자.
-혹시, 창희 친구 두환씨 맞으시죠?
-워메, 수염도 깍고, 쌍꺼풀도 했는데 어떻게 저를 알아 보세요?
-ㅎ.ㅎ. 그런데 이동네 왠 부동산이 이리 많죠?
-GTX인지 뭔지 지나간다고 땅값 오르고 사람들 몰려들고 요즘 난리도 아녜요...
-오다보니 산포씽크트럭 몰고 가는 분 낯이 익던데요, 혹시...?
-네, 맞아요... 구씨라고, 예전에 염씨 아저씨 밑에서 일하다 사라졌었는데, 얼마 전 돌아와 문닫은 공장 다시 열었어요. 뭐 소문에는 베트남서 사고치고 잡혀와 고생 좀 했단 얘기도 들리고...
-그건 그렇고 실례가 안된다면 이곳에 한 사나흘 묵어도 될까요?
-뭣 허시게요?
-그게... `해방될 결심`이라고, 어텐션 안되는 잡문을 써서 보낼 곳이 있어서요.
-아니 해방된지 80년이 다 되가는데 무신 '해방'이래요.. 뭔 독립투사 얘긴가요?
-뭐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어떤 이상한 아저씨가 `오후의 발균`이라는 좋은 유산균을 만나 지긋지긋 하던 글변비에서 해방 되는 듯 싶었으나, 외려 글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가 부인한테 등짝을 쳐 맞는... 쳐. 맞. 는?
 
-아! 아악! 아프다구... 등짝 부서지겠다구!
-잠꼬대 그만 허구 얼렁 일어나요! 어디 빠진 꿈을 꾸셨나 이양반이, 뭘 그리 허우적대요? 글구 내가 냄새나는 막걸리통은 꼭 치우고 자라했죠! 
 새벽마다 변비환자 처럼 '낑낑' 거리다 쇼파에서 잠들바엔 차라리 어디 조용한데 가서 1년치 모조리 다써서 보내고 와요. 나도 회사 휴가내고 고양이들이랑 책이나 보며 며칠 쉴래요...
-정말 그래도 되겠어? 고마워...
 그런데 여보... 희한하지? 나 사나흘 어딜 다녀온 것 같아...
 
데자뷰인가... 꿈을 꾼건가... 내가 오발 꿈을 꾼 것인가, 오발이 내꿈을 꾼 것인가...
난 정말 오발의 미결사건이 되버리고 마는 걸까...?
 
                         
                                                                                                                  조용필---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