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뉴스투데이 오전 7시 30분
930뉴스 오전 9시 30분
5시 뉴스와 경제 오후 4시 55분
뉴스데스크 오후 8시 20분
뉴스투데이 오전 7시 30분
930뉴스 오전 9시 30분
5시 뉴스와 경제 오후 4시 55분
뉴스데스크 오후 8시 20분

해방될 결심

사연과 신청곡
22-08-18 14:24:42
819
2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저 어떡하죠? 아내에게 뭐라 변명을 해야 할지...
새벽마다 변비환자 소리내며 머리 쥐어뜯지 말고 1년치 모조리 다 써서 보내고 오라며 김여사께서 친히 글휴가를 허하여 주셨는데, 글은 한 줄도 못쓰고 쌀음료, 보리음료만 축내다 돌아가게 생겼어요..ㅠ..
리디, 좀 도와주세요. 아무글이나 읽고, "네, 여러분.. 조씨께서 오셨습니다" 한마디만 해주세요. 글구 아라아빠님, 염치없지만 글 좀 올려주세요. 같은 성씨라 아내는 모를 거예요.
아... 열차시간은 다가오는데... 집에 가지 말까요?
노래 들으며 생각좀 해봐야 겠어요. 거 노래 있으면 하나 틀어 주시오! 갈 때 가더라도 노래 한곡 정도는 괜찮차나?
 
결국 집으로 돌아 왔네요. 오면서 어딜 들렀었는데 그날 하루의 기억이 흐릿해요. 차를 놓쳐서 택시를 탄 것까진 기억이 납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
-이 양반이 낮술 드셨나? 날 더운데 장난 하지말고 내려요!
-아, 죄송합니다.. 이포로 가주세요...
이포초등학교 앞에서 내린것 같아요. 교문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더군요. `축! 17회 졸업생 조납득 율제병원 외과과장 취임`
아... 납득이가 여기 초등학교를 나왔구나... 출세했네... 어?..! 낯익은 분이 지나가네요.
-저기... 연수 형사님 아니세요?
-네? 어떻게 저를 아시죠?
-뉴스에서 뵌 것 같아요. 바쁘시죠?
-바쁘긴요.. 그사건 이후로 마을이 잠잠해져서 요즘 부업삼아 라디오DJ도 하고 노래도 냈어요. 이제 개그맨이나 해볼까봐요.. 하하하..
-저도 그런 분 한 명 알고 있는데... 그나저나 해준 경감님은 잘 계시죠?
-말도 마쇼... 그 일 있고 그만 두셨어요... 바다로 나가 송서래 찾겠다고 요즘 배만들고 계신데, 글쎄 그 배 모양이 거북이를 닮았지 뭡니까? 그 깔끔한 양반이 수염도 덥수룩해 지시고... 에휴...
-아...네... 그런 일이 있었군요...
 
비염이 심한 저는 안개속에서 택시를 타고 얼른 마을을 빠져 나왔습니다.
-기사님 산포로 가주세요
-네, 그럽죠...
이동중에 택시드라이버 분께서 아드님 자랑을 늘어 놓으시더라구요.
-울 막내가 연예인인데 요즘 바쁜지 연락이 뜸해요. 가끔 전화해서 밥은 먹었니? 하면, 노래를 꺼내 먹는 다는데 뭔 소린지... 전 그냥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란 말만 하죠...
 
산포역 앞에 내려 조금 걸으니 창고 같은 카페가 보이네요.
-커피우유 한 잔 주세요
-그건 일요일에만 팔아요
-그럼 밀크커피로 주세요
밀크커피를 건네는 이 남자.
-혹시, 창희 친구 두환씨 맞으시죠?
-워메, 수염도 깍고, 쌍꺼풀도 했는데 어떻게 저를 알아 보세요?
-ㅎ.ㅎ. 그런데 이동네 왠 부동산이 이리 많죠?
-GTX인지 뭔지 지나간다고 땅값 오르고 사람들 몰려들고 요즘 난리도 아녜요...
-오다보니 산포씽크트럭 몰고 가는 분 낯이 익던데요, 혹시...?
-네, 맞아요... 구씨라고, 예전에 염씨 아저씨 밑에서 일하다 사라졌었는데, 얼마 전 돌아와 문닫은 공장 다시 열었어요. 뭐 소문에는 베트남서 사고치고 잡혀와 고생 좀 했단 얘기도 들리고...
-그건 그렇고 실례가 안된다면 이곳에 한 사나흘 묵어도 될까요?
-뭣 허시게요?
-그게... `해방될 결심`이라고, 어텐션 안되는 잡문을 써서 보낼 곳이 있어서요.
-아니 해방된지 80년이 다 되가는데 무신 '해방'이래요.. 뭔 독립투사 얘긴가요?
-뭐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어떤 이상한 아저씨가 `오후의 발균`이라는 좋은 유산균을 만나 지긋지긋 하던 글변비에서 해방 되는 듯 싶었으나, 외려 글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다가 부인한테 등짝을 쳐 맞는... 쳐. 맞. 는?
 
-아! 아악! 아프다구... 등짝 부서지겠다구!
-잠꼬대 그만 허구 얼렁 일어나요! 어디 빠진 꿈을 꾸셨나 이양반이, 뭘 그리 허우적대요? 글구 내가 냄새나는 막걸리통은 꼭 치우고 자라했죠! 
 새벽마다 변비환자 처럼 '낑낑' 거리다 쇼파에서 잠들바엔 차라리 어디 조용한데 가서 1년치 모조리 다써서 보내고 와요. 나도 회사 휴가내고 고양이들이랑 책이나 보며 며칠 쉴래요...
-정말 그래도 되겠어? 고마워...
 그런데 여보... 희한하지? 나 사나흘 어딜 다녀온 것 같아...
 
데자뷰인가... 꿈을 꾼건가... 내가 오발 꿈을 꾼 것인가, 오발이 내꿈을 꾼 것인가...
난 정말 오발의 미결사건이 되버리고 마는 걸까...?
 
                         
                                                                                                                  조용필---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