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50을 바라보게 된 시점에서
10살 딸을 더 오래 바라본다.
문득 10, 20, 30, 40, 50, 60, 70, 80, 90…
100 이라는 숫자 부호를
아직 풀리지 않은 아라비아 암호라고 생각한다.
뭐 근거도 없고 내 경험에 빗대보니
하나씩 풀리더라.
1X살은 (일년 기준으로) 한 번 말하면 말을 듣는 횟수(X)
ex) 유천초 3학년 누구는 말을 안 듣는다
2X살은 술집에서 외모와 민증까지 2단계 확인 패스할 확률
(20살 0할, 무조건 확인... 29살 9할, 거의 패스)
3X살은 세 번 참을 인내 횟수정도 되겠고
싸울 일도 줄더라
4X살은 희.노.애.락이 한 세트임을 깨달아가는 횟수 (=경조사 횟수)
5X살은 5십견과 함께 고장나는 부위가 늘어나고 (어깨, 무릎, 허리…)
6X살은 고장난 6신에 하나씩 재적응하게 될 것이다 (에고고 하면서 할 거 다하겠지)
7X살은 눈과 귀도 멀면서 77맞음이 하나씩 늘어갈 것이고
8X살은 88한 것만 봐도 기운이 나는 내공이 생겨날 듯하고
9X살은 무슨 일이 생겨도 놀랍지 않지만 9하지 못한 것과 9한 것 사이에서 포기냐 만족이냐를 정리해 나가고
10X살은 (그때 의술이 어떻게 바꿔놓을지 모르지만) 삶의 모든 1X, 2X, 3X, 4X, 5X, 6X, 7X, 8X, 9X 에게 지혜가 되는 경지일 것이다.
어제 얘기한 일반인과 레전드 사이의 8단계처럼 삶의 경지에 오르는 것도 엄청난 변화이자 성장인 것 같다. 지나침이 없는 다양한 경험과 관리가 참 쉽지 않아 조상분 중에 완벽한 인생은 없었던 것 같다. 완벽함 그조차도 신 앞에 시험에서 무의미 할 수 있다. 그냥 오늘은 자신을 위한 명상과 수면으로 마무리한다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친척집을 방문해, 친척의 반려견과 함께했다. 키우지 못하는 이유는 참 깊지만 때론 잊고 생명 하나더 책임질 가치가 있음을 경험해본다.
,살다보면_권진원
[이 게시물은 라디오담당자 님에 의해 2024-01-31 15:22:09 오후의 발견 - 사진방 에서 이동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