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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사람]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행복빨래방

2021.12.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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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일자
    2021-12-24
[기자]
[이준호 기자]
MBC 강원영동 기자들이 우리 지역의 따뜻한 나눔
현장을 찾아가는 그래도 사람 다섯 번째 순서입니다.

오늘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이불을 세탁하는 정선의
행복빨래방에 가보겠습니다.

빨래방에 분홍, 보라, 하늘. 형형색색의 이불들이
한가득 쌓여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곳곳이 해지고, 구멍이 숭숭 뚫렸습니다.

수년 째 세탁하지 않아 코를 콕콕 찌르는 듯한
악취가 나는 이불도 흔합니다.

한참 동안을 꿰매고 이불덮개를 씌우자
그제야 제법 쓸만한 이불이 됩니다.

[이정숙 / 행복빨래방 참여자]
'저걸 더럽다 생각하면 되는 게 아니고 이건 앞으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는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하니까 자연스럽게 봉사하는데 재미도 느끼고..'

행복빨래방 참여자들은
사실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닙니다.

백반집을 운영하던 김순옥 씨는
코로나19로 식당을 폐업한 뒤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인
어르신들을 위해 이불 빨래에 나서고,
사비까지 털어
장갑과 버선 같은 방한용품을 후원합니다.

[김순옥 / 행복빨래방 참여자]
'요구르트 한 줄에다가 그거 하나 드리니까 이렇게
안고 너무 좋아하세요. 마음이 뿌듯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동료들도 십시일반으로 돈을모아,
어르신들에게 줄 성탄절 선물을 준비합니다.

[현장음]

[이준호 기자]
이렇게 구매한 방한용품과 사흘 동안 세탁된 모두
20여 개의 이불은 이제 정선 임계면 일대에
전달된다고 하는데요. 배달 현장을 함께 따라가
보겠습니다.

산을 따라 1시간 정도 달리자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집이 보입니다.

한 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곳곳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난방 시설이라고는 아궁이와 전기장판이 전부인데
그마저도 잘 작동하지 않아
겨울을 나려면 이불이 무척 중요합니다.

[현장음]

또 다른 집에 찾아갔습니다.

세탁기가 잘 작동하지 않아
그동안 이불 빨래는 엄두조차 못 냈지만
뽀송뽀송해진 이불과 장갑을 보자
얼굴엔 미소가 퍼집니다.

[김충신 / 정선군 임계면]
'나이 많은 사람들은 혼자 이렇게 살면 누구하고 얘기
할 수도 없어요. 근데 이렇게 와서 이불 빨래
깨끗하게 해줘 또 방과 부엌 청소도 해줘 내가
젊어서 남한테 잘한 것도 없는데 정말 고마워요.'

세탁물을 전해줬지만,
홀로 쓸쓸하게 성탄절을 보낼 어르신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현장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면 접촉이 쉽지 않은 요즘,
이불 세탁으로 홀로 사는 어르신들을 돕는 작은 나눔이
시골 마을에 온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준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