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기억되는 장면이 있다면
풍경으로 기억되는 장면이 있죠.
빨리 어른이 되고 싶던 중2 시절
점심을 빨리 먹고 놀고 싶은
운동장 입구에서 멈춰서서
언젠가 노인이 되어도
흙먼지 마시고 뛰어노는 중학생 시절을
기억하자고 3분 동안 서서 바라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는 수년 지나면 기억 못하겠지...
마음 비우고 집중했었는데,
자연스레 지금도 기억하는 장면이 되었네요.
고등학생이 되어
아비정전의 시계 프러포즈 장면을 보고는
중학 시절의 그 장면을 떠올리기도 했어요.
이때 느꼈어요,
혼자가 아닌 둘이 기억하는 시간은
또 다르구나,
그때였던 거 같아요.
커플 예찬론자가 되었던 것이...
혜화여고 문예부와 공원으로
놀러 가서 과자 몇 봉지 까놓고
남녀는 결혼해야 좋은가로
토론을 했을 때,
가만히 지켜보다가 1시간 40분이 지났을 때
이렇게 결혼에 좋다, 싫다 관심들이 많으니
다들 결혼할 거 같고
그럼 이 시간이 무슨 의미 있겠냐?
그리고서 저녁 먹으러 갔던 시간도 말이죠.
대학교 시절은
필름이 끊기면 잔다, 하지만 자는 중에
헐크가 된다는 주변 증언에
소주를 8병 이상 먹지 않기로 다짐했었고요.
군대가기 전에
서울 바닥에서 가장 큰 곰인형을 사서
나대신 안고 자라고
여친에게 선물한 기억이 납니다!
의무경찰로 보낸 군복무 시절은
심야순찰 중에
푸근한 인상의 포장마차 주인 아저씨가
자식같아서 주는 거라며 준 소라 한접시로
병원에 입원한 기억이...(식중독)
취준생 시절에는
단골 빵집에서 따뜻한 우유를 시키고
결혼할까 헤어질까 자주 고민했는데요,
같이 살만 많이 찐 장면이 기억에 남네요
겨우겨우 샐러리맨이 되고는
나쁜 정부와 대기업이 할 수 있는
빅엿에 회사가 사라지는 기억이...
그래도
프리 생활 경험할 수 있었고
아라와 촛불과 잘 놀았고
전시장을 찾아다니는
취재 등으로
의외의 멋진 장면을
내 인생에 더할 수 있었다고
위로해본다.
지금은 지금대로
더 나은 내일로 이어질
전환점이 될 거라
믿으며...
*신청곡은 봄여름가을겨울의 ' 브라보 마이 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