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이 무척 따사로웠고
20층 높이에서 바라보는 남산 타워와
지난 밤에 침대보를 교체해서인지
뽀송뽀송 폭신한 침대
정해진 약속이나, 목마름도 없던 그때,
이렇게 2년을 살았으니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유목민처럼 여생을 여행하듯
살까 하다가 아라가 태어났다.
사실 의사가 얘기한 것도 있고 기대 안했는데,
생긴 녀석을 보니 행운 같기도 하고
선물 같기도 했다.
전에 얘기한 대로 학생들을,
그리고 6명의 가까운 조카들을
자식이다 생각하고 키우고 돌보다.
아라 요 한 명을 가만히 지켜보자니
욕심이 생겼었다,
지구 최고로 키우자!
여기서 최고는 실력보다는 마인드였다.
어딜가나 승부욕으로 따라붙고
이기면 한턱 쏘고
지면 축하해주며
한턱 얻어먹는 스킬을 가르쳤다.
그리고 두 가지만 엄하게 당부했다.
사람을 차별하지 말고 놀리지 말라고
세상에 힘들고 어려운 일이 이렇게 많은데
서로 돕지 않으면 나아질 수 없다고 말이다.
그래도 현실에서는
놀리는 아이가 있다고 울면서 들어오거나
자신보다 잘하는 친구에게 주눅이 들 때 있지만,
늘 쉬운 비유로 아라를 위로해주었다.
3살 때부터 뉴스를 보며 자라서
맞춤법은 틀리지만, 모르는 단어가 별로 없어
동갑내기의 인생 상담은 도가 텄다.
최근에 자신만의 뭔가를 위해 말을 안듣기
시작했는데, 사실 이 부분이 아이 성장에 중요하다.
교육에 있어 틀렸다고 느리다고
혼내거나 닥달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우리나라가 토론이 안되는 원인이기도 하다.
다른 것을 받아들일 여유를
이미 그 시절에 잃었기 때문이다.
혼내거나 정색하는 대신, 나는 아라에게
공부하는 그 순간에 이걸 알아서 좋은 상황을
모르면 닥칠 상황을 몸개그로 알려주면
공부도 놀이가 되고 자기주도학습 습관도 생긴다.
최근에 언급된 사례지만, 공부방에
감옥처럼 들여보내는 것보다 도서관처럼
식탁에서 같이 공부나 비슷한 독서를 하는 것이
평생 학습의 기초가 된다.
지금은 코로나로 가족끼리도
같이 있는 것이 힘들고 스트레스에
예민할 일이 많을텐데,
함께 하는 생산적인 일로 (일거리 만들어)
집안 분위기 바꿀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최근에 아라에게 연기력 좋은 성우되는 법,
노래에서도 실력자가 되는 발성법,
좋은 자작곡의 요건 등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런 육아의 목적은
우리에게 선물같은 아라가
세상에도 소중한 선물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오늘오발 오프닝의 답을 생각하며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그런 바람이었더라,
아라처럼
모두가 서로에게 선물같은 존재이길
기다리며
개미가 굴에서 나오고
개구리도 굴에서 나오는데
개구쟁이들도 굴러다닐 내일 빨리와~
*신청곡은 삐삐밴드 '개구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