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어느 날,
잠들기 위해 TV채널을 돌리다,
비둘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다큐)를 보기 전까지
제게 비둘기는 흔히 대중들이 생각하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죠.
평화였다가 불청객이었다가...
그런 비둘기가 다큐 시청 이후로
제 인생의 롤모델이 되었습니다.
그 다큐에서는
1차 세계대전에서 아군 간의 통신을
담당한(전서구로서) 비둘기를 다뤘는데요.
비둘기가
다른 새와 달리
통신에 최고최고, 짱짱인 이유는 바로
속도나 방향도 아닌 경험이었습니다.
비둘기는
A지점에서 B지점까지 통신을 위해
최대한 직선에 가깝게 나는 새가
절대로 아닙니다.
옆으로 새거나
반대방향으로 휙 돌아나가죠.
다시 날려봐도 이전 경로를 기억 못하듯
다른 경로로 목표로 향하고
일반 새보다 훨씬 늦게 도착하는
말 그대로 답답이였지요.
하지만 실제 전장에서는
비둘기만큼 성공한 새는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전장에서 상대 진영의 통신을 차단하기 위해
지나가는 새까지 전서구라 여겨 저격했는데,
목표지점까지 가는 경로를
가장 많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비둘기들이
천적이나 적군을 피해 목표지점까지
살아서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이죠.
비둘기의 원초적인 탐험본능이
오늘 오프닝에 소개된
솔개의 뼈를 깍는 노력에 비하면
꽤 한량같아 보일 수 있겠는데요.
사실 가장 어려운 것은
지금 내가 가진 장점과 기득권을
내려 놓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
새로운 시작,
조금 더 수고스럽고
시간이 걸리겠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만
잃지 않으면
어떻게든 잘 살아남을 거라
비둘기가 전해줍니다.
*신청곡 시인과 촌장 '비둘기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