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풍경9화
가슴아픈 사람들
얼마전 40년가까이 한자리에서 쪼그려 앉아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 부나 늘 그 자리를 지키시던 할머니 한분이 조용히 세상을 등지고 머언 하늘나라로 더 행복한 삶을 찾아 길을 떠나셨다.
우린 그 할머니를 도라지 할머니라 부른다. 작은키에 오똑한 콧날 늘 조용히 아무말 없으신 할머니를 바라볼 땐 초등학교 시절 잠시나마 우리집에 머물고 계시던 할머니 모습이 눈에 떠오른다. 우리 할머니와 닮은것 같기도 하신 도라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가슴도 먹먹해서 잠시 일손을 놓고 그 분 생각에 잠긴 기억도 난다. 그분은 돌아가시기 전에 시장일을 그만두고도 이따금씩 시장에 들러 얼굴을 비추곤 했는데 갑작스런 소식은 늘 함께 마주하던 분들도 충격인듯 싶었다. 젊은시절부터 시장에 나와 함께 장사하시던 분이니 가족보다 함께한 시간이 많은 분들이기에 더 마음아픈 모습들이었다.
이렇게 또 한분이 가시는구나! 먹을거 제대로 못드시고 입을거 제대로 못입고 자식들 생각에 남편생각에 헌신하고 노력하고 봉사하며 일평생을 시장에서 보내셨으니 정말 훈장이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하지만 지금 그 자리는 홀로 다른분이 앉기를 기다리고 있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 앉아 또다른 청춘을 바치며 장사를 이어가겠지?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남들은 퇴근을 하면 집으로 또는 회식을하러 가지만 시장에 계신 분들은 삼삼오오 모여 그 날의 피로를 술로 푸는 듯 싶다. 자주 보는 모습이지만 어떻게 매일 저렇게 많은 술을 드시고 다음날 또 그 다음날도 이른 새벽이면 시장에 나올까? 대단하다 라는 말 밖에 안나온다 처음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을때
나도 일주일에 세네번은 그 분들과 어울려 한두잔 얻어먹기도 했다 그게 좋지 않은걸 알면서도
어쩌면 그 술한잔이 그 날 나에게 주는 포상이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감사히 먹었지만 이젠 이사를 한 후엔 운전때문에 입에 술을대지 않는다.
그렇게 시장의 하루는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하루를 선물해주는것 같다. 또다른 내일을 위해 늘 그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며 서민의 먹거리를 지키고 계신분들이 자랑스럽다. 나도 살짝 발만 쏘옥 집어넣고 있을뿐~~ㅋㅋㅋ
오늘도 신나게 살자.다가 올 커다란 내일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