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930뉴스 오전 9시 30분
5시 뉴스와 경제 오후 4시 55분
뉴스데스크 오후 8시 20분
930뉴스 오전 9시 30분
5시 뉴스와 경제 오후 4시 55분
뉴스데스크 오후 8시 20분

오해와 진실 - 1. 두부 부침과 삶은 계란.

사연과 신청곡
19-05-22 12:54:50
804
0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사실 저는 두부 반찬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맛도 그냥 그렇고 식감도 물컹해서, 굳이 돈주고 사먹지 않는 식재료입니다.
계란말이나 라면에 넣어 먹는 계란은 좋아하지만, 삶은 계란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삶아서 껍질 까는 과정도 번거롭고, 그냥 먹으면 목이 메어서, 굳이 저를 위해서는 계란을 삶아먹지 않습니다.
 
제사나 차례를 지내면 꼭 올라가는 음식이 두부 부침과 삶은 계란이죠.
아주 어렸을 때는 두부와 계란을 안먹었는데, 철이 들 때즈음 부터는 먹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고등학교때부터 였을겁니다.)
 
제사/차례를 지내고 나서 식사를 마치고 나면 남는 음식이 두부 부침과 삶은 계란이었고, 이것들은 냉장고에서 몇 주동안 묵혀지다가 결국 버려지게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두부 부침과 삶은 계란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버리면 아까우니까.
제사나 차례를 지내고 식사를 하면 두부와 계란은 자연스레 제 앞으로 미뤄졌고, 두부 잘먹는다고 칭찬도 들었습니다. 
저는 마음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자기들은 안먹으면서, 내가 억지로 먹어주니까 정말인줄 아나보네...'
 
시간이 흘러 결혼을 하고 제가 제사와 차례를 모시게 되어도, 지금도 여전히 두부와 삶은 계란은 제 몫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다른 식구들이 안먹으면 결국 버리게 되니까.
 
아내는 제가 정말로 두부를 좋아하는줄 아나봅니다.
아닌데... 
평소에, "두부 구워줄까? 계란 삶아줄까?" 라고 물어보면 저는 싫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결국 저 혼자만 먹게되니까요. 제가 안먹고 남기면 버려야 하니까.
 
 
차례상에 두부랑 계란을 올리지 말까 생각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뻔할겁니다. "차린 것도 몇 개 없는데, 그거 빼면 안되지! 그냥 굽고 삶기만 하면 되는데 뭐가 귀찮아서 그걸 빼!"  
 
거짓말 좀 보태서, 평생을 두부 부침과 삶은 계란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앞으로도 평생을 계속 먹어야 하다니... 그렇다고해서 식구들에게 억지로 먹으라고 할 수도 없고...
 
저와 비슷한 사정을 겪는 분들이 꽤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사연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