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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창문틈으로 추억이 들어왔습니다.

사연과 신청곡
19-05-17 12: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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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누린 호사였을까요?
 
어제 저녁 시간에 딱 한 시간만 저만의 시간을 가져봤습니다.
TV, 라디오 끄고, 제가 좋아하는 팝송을 틀었습니다.
Air Supply, Sting,  Michael Learns To Rock 등 제가 학창 시절에 좋아했던 그룹들,
그리고 한때 아프리카 기아 돕기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들었던, Band Aid, USA for Africa 프로젝트 그룹의 노래들이 담겨있는 앨범을 틀었습니다.
 
그리고 얇은 책 한 권을 펼쳤습니다.
전에 읽다 만 아무책 한 권.
딱 한 시간만 읽고나서, 다시 책장에 들어가면 언제 다시 읽게될지 모를 옛날 책.
 
약간 열어놓은 창문 틈으로, 아카시아 꽃 향기가 날듯 말듯 아주 은은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집 근처에는 아카시아 나무가 없는데.
분명 꽃 향기가 맞기는 한데, 어디서 온걸까...
어제까지는 왜 몰랐을까...
 
수십년을 대도시 한복판에서 살다가 이곳으로 오고나서 느낀 첫 느낌은, '불편함'이었습니다.
자장면을 먹으려 해도 선택할 수 있는 중식집이 몇 군데 없고, 물건 하나를 구입하려고 해도 선택의 폭이  좁았습니다. 어딘가를 가려면 직접 운전해서 몇십분을 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느낌은, '생소함'이었습니다.
일상 생활 방식, 하루라는 시간의 개념, 등등,
문득문득 일상에서의 생소함을 느꼈습니다.
 
나태주님의 시 '풀꽃'에 이런 내용이 있죠.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전에는 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과 정성으로 만들어진 것인지를, 새록새록 다시 배우고 있습니다.
 
지금에 비하면 어린 시절에는 비교도 안될 만큼 불편하고 없이 생활했었는데...그래도 그 때는 매일 매일이 즐겁고 신났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와서 처음 느꼈던 '불편함'은,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모르는 '오만함'이 아니었는지, 
그리고 '생소함'은 저의 '이기심'이 아니었는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짧고 조용한 한 시간이었지만, 그 깊이는 제 기억 끝까지 다녀온 깊은 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