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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를 꿈꾸는 기자 (발꿈기) - 22회 : 배구

18-09-27 20: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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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강릉여고 배구팀 전국 제패

 

 

  • 지난 11일 충북 단양에서 끝난 CBS배 전국 남녀 중고 배구 대회에서 강릉여고가 대전 용산고를 3:1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스포츠TV라는 매체를 통해 결승전 영상을 보니까 25:15로 이긴 1세트 말고는 2세트 25:23, 3세트 23:25, 그리고 4세트에선 27:25로 역전승했더라고요. 26:25에서 용산고 선수의 스파이크가 아웃되는 순간 선수들과 감독님이 한데 어우러져 울더라고요. 10년, 20년 전만 해도 강릉여고는 전국 최강의 실력을 자랑했기 때문에 전국대회 우승이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그야말로 흔한 일이었을 텐데 언제부턴가 강릉여고 배구팀의 우승 소식을 듣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 그런데 올해 강릉여고 배구팀의 우승이 확정되던 순간, 제가 놀란 건 한데 어우러진 선수가 몇 명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코트에서 뛰던 6명 외에 우승 확정 순간에 벤치에서 선수 2명이 달려나와 얼싸안더라고요. 이번 강릉여고의 우승 소식이 화제가 됐던 건 바로 선수 8명으로 일군 우승이었기 때문입니다.

 

  • 6명이 뛰는 배구 경기를 그것도 예선부터 결승까지 단 2명의 교체 선수만 가동하면서 뛴다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죠. 그것도 우승을 했다는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대단한 일이라는 이면엔 그만큼 배구라는 종목의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8명의 선수로 우승을 일궈내 화제가 된 강릉여고 배구팀의 김우재 감독과 강릉여고 체육관에서 만나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강릉여고는 내년에도 선수 8명으로 싸워야 한다네요. 정원 9명 가운데 한 명이 비선수 출신이라 내년에 열심히 가르쳐서 내후년에 선수로 뛰게 할 계획이라 그렇다는군요.

 

  • 김우재 강릉여고 배구팀 감독

“선수가 없다보니까. 올해 들어온 1학년이 한 명밖에 없어요. 그래서 수급에 문제가 있어서...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게 뭔가를 제가 생각했어요. 저희는 선수가 좀 단신이다보니 저희 선수들이 순발력이나 민첩성이 좋습니다. 그래서 이 선수들이 잘 따라주고 하니까 좀 힘들지만 저희가 잘 할 수 있는 게 수비하고, 아이들이 기본기 면에서 다른 팀보다 나으니까 그런 면에 2/3를 할애한 것 같아요. 지금 중학교에서 올라오는 선수가 3명인데 외부에서 한 명을 데리고 왔습니다. 4명이 올라오고요. 기존에 5명이 있으니까 9명으로 운영이 될 것 같아요. 내년에도 또 힘들고 체력적으로 끌어올려야 되고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것 같아요.”

 

 

Chapter 2. 율곡중 배구팀 준우승

 

 

  • 그런가하면 같은 대회 남자 중등부에 출전한 율곡중학교는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결승전에서 안양 연현중에 0:2로 완패했는데요. 결승전만 놓고 보면 한 세트도 따내지 못하며 완패한 게 맞습니다만 율곡중학교는 만년 하위팀의 이미지를 벗고 올해에만 준우승을 두 차례 차지하며 팀 창단 이후 사상 최고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율곡중은 지난 4월 태백에서 열린 2018 태백산배 전국 남녀 중고 배구대회에서 준우승을 거뒀었는데요. 그때도 결승전 상대가 안양 연현중이었고 0:2로 패해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었습니다. 

 

  • 하지만 올해 율곡중학교는 팀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율곡중은 지난 1986년 개교해 1987년도에 배구부가 창단했는데요. 지금까지 전국대회에서 결승에 오른 게 딱 두 번인데 그게 다 올해 이뤄낸 일입니다. 

 

  • 율곡중학교도 최근 참 어려운 일을 많이 겪었습니다. 창단 6년 만인 1993년엔 선수 수급이 어려워 팀이 해체했다가 2011년 재창단했는데요. 몇 년 전엔 용품 지급 관련해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고요. 재작년엔 전임 감독이 선수들을 데리고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버리기도 하면서 대회에 출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년 만에 팀을 재정비해 올해에만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을 두 번 차지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올해 팀 창단 이후 최고 성적을 올리고 있는 강릉 율곡중학교의 양승훈 배구부장과 율곡중학교 체육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내년엔 율곡초등학교에서 선수 5명이 올라오기로 해서 사상 첫 우승도 노려볼 만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네요.

 

  • 양승훈 강릉 율곡중 배구부장 인터뷰

“학생들하고 학부모하고 코치, 감독이 다 같이 한마음이 돼서 작년 말부터 전지훈련을 많이 다니면서 모든 학교들과 경기를 하고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애들이 많이 성장하면서 생각보다 팀이 재건이 빨리 돼서 모두가 다 노력해서 올해 좋은 성적이 난 것 같습니다. 내년, 그리고 후년까지 초등학교에서 올라오는 선수들이 괜찮은 선수들이 많이 있어서 선수 수급이 항상 운동부에서는 제일 힘든 부분인데 그거에 대한 걱정은 많이 덜었고요. 그 다음 문제는 예산인데 공립학교다보니까 공립학교에는 한정된 예산이어서... 그런 것들만 받쳐진다면 내년, 후년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이 유지될 거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Chapter 3. 두 에이스 강릉여고 최민지, 율곡중 김민석

 

 

  • 어려운 상황이지만 강릉여고와 율곡중학교가 전국대회에서 우승, 준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루기까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선수들이 있습니다. 두 학교에는 우리나라 배구계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전국 톱클래스의 공격수가 존재하는데요. 이 두 선수 얘길 잠깐 해야겠습니다.

 

  • 먼저 강릉여고 최민지 선수인데요. 제가 민지 선수를 만나 인터뷰를 하기 전날에 고졸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프로배구 드래프트가 열렸는데요. 여기에서 1라운드 6순위에 최민지 선수가 도로공사에 지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3학년 김해빈 선수가 3라운데 IBK 기업은행의 지명을 받아서 강릉여고는 졸업생 세 명 가운데 두 명이 프로에 진출하게 됐는데요.

 

  • 특히, 최민지 선수는 연습하는 걸 보나, 대회 영상을 보나 발군의 실력을 자랑합니다. 최민지 선수는 센터 포지션을 맡고 있는데 키가 181cm로 강릉여고의 다른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 더 큰데다 점프력까지 좋더라고요. 선수가 8명밖에 되지 않는 팀 사정 때문에 공격을 대부분 해결하는데 상대 팀에서 공격을 최민지라는 걸 알면서도 막기 어려운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 이제 고등학생에서 프로 선수가 되게 된 최민지 선수에게 CBS배 대회 우승 소감과 앞으로의 목표를 들어봤습니다.

 

  • 최민지 강릉여고 배구선수 인터뷰

“CBS 대회가 고등학교 3학년 마지막 시합이었는데 마지막 경기까지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고 다같이 그 간절함이 우승으로 이뤄진 것 같습니다. 8명이니까 돌아가는 로테이션도 빠르고 많이 힘들긴 했는데 감독 선생님이 저희 개개인에 필요한 것들이나 저희한테 필요한 것들만 딱딱 해주셔서 체력적으로 안배를 잘 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도로공사 입단하게 됐는데 마지막 전국체전까지 잘 마무리하고 도로공사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예정입니다. 고등학교랑 프로는 다른 무대고 제가 꿈을 이루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운동했으니까 프로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좋은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 그런가 하면 강릉 율곡중에는 김민석이란 걸출한 선수가 있습니다. 중3인 김민석 선수는 키가 186cm로 지금도 계속 키가 크고 있다는군요. 우리나라 남자 중학교 배구선수 가운데 안양 연현중의 이윤수라는 걸출한 선수가 있는데 그 선수와 함께 김민석 선수가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 도내 배구계에서 참 아쉬워하는 게 김민석 선수가 굉장히 잘하는데 연현중은 선수들이 골고루 실력을 갖고 있고, 율곡중은 김민석 선수 혼자 돋보이는 팀이라 연현중을 이기지 못했다고 하더라고요. 김민석 선수도 인터뷰하면서 그 점을 참 아쉬워했는데요. 김 선수는 내년에 속초고등학교 진학이 결정났습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이윤수 선수와의 라이벌 대결에서 꼭 이기길 기대할게요. 율곡중학교 김민석 선숩니다.

 

  • 김민석 율곡중학교 배구선수 인터뷰

“저희 팀 같은 경우는 사건사고가 많아가지고 거의 해체할 뻔한 그런 상황이었는데 저도 그렇고 애들이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이 난 게 기쁘죠. 더 힘들게 운동하고 더 열심히 운동해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게 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팀 상황이 워낙 열악했기 때문에 저를 좀 받쳐줄 친구가 있으면 연현도 잡을 수 있고 다른 팀도 다 이길 수 있는데 그런 면에서 좀 힘들었죠. 속초고를 가게 됐는게 전국에서도 인정받는 학교고 지금보다는 형들이 잘 도와주기 때문에 훨씬 더 저 자신에게도 더 잘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Chapter 4. 국내 스포츠 빅4 배구, 그러나 현실은...

 

 

  • 배구는 야구, 축구, 농구와 함께 프로스포츠 빅4로 불립니다. 예전 고려증권과 현대자동차의 2강 체제나 장윤창, 최천식 같은 빅스타들의 명경기가 생각나고요. 또, 김연경이라는 세계 최고 선수의 활약 덕에 우리나라 여자 배구도 꽤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또, 중계방송 시청률은 야구, 축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농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꽤 괜찮다는 얘길 들은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전국 무대가 아닌 지역으로 국한시키면 상황은 좀 다릅니다.

 

  • 해방 직후 춘천의 학교와 도청, 법조계 등에서 배구 동호인들이 직장 대항 친선 대회를 열고 도 대표로 전국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하면서 강원도 배구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어서 춘천중학교, 춘천사범학교, 춘천농고, 춘천여고 등이 배구팀을 잇따라 창단했고 1946년 제27회 조선 올림픽 대회에 춘천여고가 강원도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는군요. 1965년엔 춘천 근화국민학교가 제1회 맹호기 전국 국민학교 배구 대회에서 강원도 팀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고 1970년대엔 남고부 원주농고, 남중부 원주진광중, 여자부 유봉여고와 유봉여중이 강팀으로 군림했었다고 하네요. 90년대 들어선 속초고가 98년 대통령배 대회 우승, 99년 대통령배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남고부 강팀으로 자리매김했고, 강릉여고도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99년엔 강릉여고가 4개 전국대회를 제패하기도 했을 정도로 전국 최강으로 군림했습니다. 

 

  • 이렇게 전국 최강의 실력을 뽐내던 강원 배구는 한때 도내 20개 가량의 초중고교에 배구팀이 있을 정도로 전성기를 맞았었는데요. 강원 배구의 시작부터 중흥기를 이끌었던 춘천과 원주의 배구팀이 지금은 모두 해체했습니다. 현재 남아 있는 팀은 남고부 속초고와 동해 광희고, 여고부 강릉여고, 남중부 율곡중과 속초 설악중, 동해 광희중, 여고부 강릉 해람중, 남초부 강릉 율곡초와 속초 교동초, 동해초, 여초부 강릉 옥천초등학교. 이렇게 11개 팀만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 지금 배구부를 유지하고 있는 팀이 모두 영동지역에 있는데요. 초, 중, 고교로 이어지는 이른바 계열화가 유지되고 있는데요. 강릉여고의 최민지 선수나 율곡중학교 김민석 선수 같은 우수한 선수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 선수들이 열심히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할 텐데요. 강원도배구협회 김경수 회장과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 김경수 강원도배구협회장 인터뷰

“불과 한 20여 년 전에는 원주, 춘천 특히 원주 같은 데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팀이 다 있었는데 차츰차츰 하나씩 팀을 해체하다보니까 지금 영동권에 다 몰려 있는 거죠. 기본기를 철저히 닦아야지만 배구선수로서 나중에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현재 우리 프로 남녀팀들도 한 가지는 잘하지만 뭐 한 가지가 안 되는 반쪽 선수가 너무 많거든요. 그래서 너희들은 반쪽 선수가 되면 안 된다, 뭐가 잘 돼야 하냐? 바로 기본기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해주고 있습니다.”

 

 

Chapter 5. 강원도 배구, 또 한번 멋지게 날아오르길

 

 

  • 저는 이번에 CBS배 대회에서 우승한 강릉여고와 준우승한 강릉 율곡중 두 학교 위주로 오늘 말씀드렸습니다만 동해 광희중,고와 속초고, 설악중, 강릉 해람중, 그리고 초등학교 팀들도 모두 좋은 성적 거두길 바랍니다. 또, 큰 꿈을 꾸며 대한민국의 대표 배구선수로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열심히 한 만큼 값진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 거란 말도 해주고 싶어요.

 

  • 올해 강릉여고 배구팀의 1학년이 몇 명인지 아세요? 딱 한 명입니다. 그만큼 운동을 하려는 어린 학생들이 점점 줄고 있고, 운동부 운영이 어렵다는 말입니다. 다행히 내년엔 해람중에서 서너 명의 선수가 강릉여고로 진학하기로 했다는데 전국대회에서 우승하는 팀에 입단하는 신입생이 한 명이라는 것이 도내 배구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강릉여고를 찾았던 날, 생글생글 웃으면서 열심히 운동하던 유일한 1학년이자 강릉여고의 미래인 김수빈 선수가 기억나는데요. 각오 한 마디 들어봤습니다.

 

  • 김수빈 선수(강릉여고 1학년) 인터뷰

“언니들이 그만큼 더 저를 챙겨줬고 많이 예뻐해줬기 때문에 저는 혼자인 게 더 편했어요. 동기가 4명 있었는데 2명이 다른 팀 가고 한 명은 그만둬서 그냥 저 혼자 남게 됐어요. 더 좋은 데로 가고 싶었나 그런 것 같아요. 앞으로는 더 책임감을 가지고 리베로로 내년도 성적을 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 영동지역에 가까이 붙어 있는 각 학교 배구팀들이 서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면서 강원도 배구계를 이끌어가고 있는 걸 보면서 서로가 서로를 밀고 당기면서 실력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열심히 해서 소속 학교의 성적도 내고, 강원도의 배구 실력도 높이고, 나아가 더 많은 강원도내 선수들이 대한민국 배구계의 중심으로 날아오르길 바랍니다.

 

  • 지금까지 발꿈기 스물두 번째 시간, 김인성이었습니다.

취재 : 김인성

편집 : 김성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