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롤러 스포츠
- 여러분 혹시 롤러 스포츠란 종목 아시나요? 지금 제 말씀을 듣고 롤러 스포츠가 뭐지? 롤러스케이트 말하는 건가? 인라인 말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종목이 있나? 아주 잠깐 생각하신 분도 계실 것 같구요. 간혹 아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롤러스케이트나 인라인 롤러 등의 종목을 다 아우르는 말입니다. 롤러 스포츠 안에는 스케이트보드 하프파이프와 다운힐, 인라인 스피드, 인라인 하키, 롤러 하키, 마라톤 등 10개 넘는 세부종목이 있습니다.
Chapter 2.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 롤러 스포츠
- 저도 롤러 스포츠라는 종목이 참 생소한데요. 놀랍게도 롤러 스포츠는 이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정식 종목입니다. 저만 놀라운가요?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롤러스케이트 남녀 로드 20km가 정식 종목인데요. 롤러 스포츠는 10개 세부종목이 있습니다만 경기 스타일로 보면 크게 3개로 나눌 수 있거든요. 실내 경기인 트랙, 거리 경기인 로드, 장거리 경기인 마라톤. 이 가운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로드 20km가 열리는 겁니다. 사실 롤러 스포츠는 지난 2010년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처음으로 인라인 롤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었는데요. 당시 우리나라는 금메달 3, 은메달 2, 동메달 2개를 따내 금메달 4개를 따낸 대만에 이어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을 거뒀습니다. 개최국 중국이 금메달 하나만 딸 정도로 우리 선수들은 정말 잘해줬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빠집니다.
- 이번 아시안게임에는 4명의 국가대표가 출전하는데 이 가운데 여자부 장수지 선수가 강릉 경포고등학교 출신입니다. 이번 대회는 오는 8월 31일 열리는데 한국 시각으로 남자부는 오후 4시, 여자부는 오후 5시 치러집니다. 잘 기억했다 응원해야겠죠? 저도 실제 경기를 본 적은 없고 유튜브를 통해 종목별로 봤는데요. 이번 아시안게임 경기는 잘 기억해뒀다 꼭 봐야겠습니다.
Chapter 3. 롤러 스포츠와 강원도, 강릉시
- 사실 우리나라의 롤러 스포츠 역사는 강원도가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그 중심엔 강릉시가 있습니다. 강릉 안목과 포남동에는 1980~1990년대 아시아에서 가장 큰 롤러스케이트장이 있었는데 이 경기장이 폭설로 무너졌다고 합니다. 당시 안목에 있었던 이 안목 롤러스케이트장과 포남동 현 그랜드볼링장 자리에 있었던 포남 롤러스케이트장을 기억하시는 강릉분들이 많더라고요. 최근엔 강릉에 롤러스케이트장이 생겨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강릉에서는 이후 1997년 9월엔 제7회 아시아 롤러선수권대회를 치르기도 했었습니다. 당시에 한라시멘트 소속의 권오순 선수가 우리나라 최초로 여자 3천m에서 금메달을 5천m에서 동메달을 땄고 권오순 선수는 두 달 뒤 11월에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세계 스피드롤러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여자 3천m에서 역시 우리나라 최초로 동메달을 따내기도 했습니다.
- 그 강릉 롤러 스포츠의 중심엔 강릉 경포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강릉 경포고는 개교 이듬해인 지난 1983년도에 롤러스케이트 팀을 창단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도 전국 각지의 실업팀과 대학팀에 경포고 출신 선수들과 코치, 감독들이 활약하고 있다는데요. 강원도 롤러스포츠연맹 측에 의하면 전국의 국가대표 출신 롤러 스포츠 코치, 감독 가운데 60~70% 가량이 강원도 출신이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경포고 출신이라고 하더라고요.
Chapter 4. 강원도 롤러 스포츠의 역사
- 도내 롤러 스포츠의 역사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볼까요? 강원도의 롤러 스포츠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전국 최강이었다고 합니다. 시도 대항전 11회 우승, 전국체전 5연패를 달성하기도 했고 1986년 당시 경포고 홍복숙 선수가 국가대표에 선발된 것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여 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했습니다. 또, 강원도 롤러스포츠연맹이 탄생할 때 전무이사를 맡았던 신준택 씨가 국가대표팀 감독을 8번 맡기도 했고, 현재 강원도 롤러스포츠연맹 부회장인 신준설 씨는 2001년 세계선수권대회 감독을 맡아 한국 롤러스포츠 최초의 금메달을 따내 체육훈장을 받고, 국가대표팀 감독을 4회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 최근엔 지난달 네덜란드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 강릉시청 소속의 강민서 선수가 3천m 계주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고, 경포고 3학년 최웅규 선수가 3천m 계주에서 금메달, 개인 종목에서 동메달을 하나씩 땄습니다. 강원도 롤러 스포츠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두 선수와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먼저 강민서 선숩니다.
- 강민서 강릉시청 롤러 스포츠 선수
“네덜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3천m 계주 경기에서 3등했습니다. 저는 계주가 더 힘들지 않나... 개인 종목은 저 혼자 잘하면 되는 건데 계주는 힘들어도 포기하면 안되고 끝까지 가서 밀어주고 해야 되니깐. 셋이 마음도 맞고 호흡도 맞아야 하니까 계주가 좀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주니어 국가대표는 한 번 됐었으니까 시니어 대표로 뽑혀서 메달을 따보는 게 목표예요.”
- 다음은 최웅규 선숩니다. 최 선수는 이번 네덜란드 대회에서 금메달과 동메달을 하나씩 땄는데요. 로드 100m 종목에서는 1위로 골인했는데 아쉽게 실격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들어보시죠.
- 최웅규 / 강릉 경포고 3학년
“네덜란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종목 D+500m라는 종목에서 3등했고, 3천m 계주에서 1등했습니다. 운동을 계속 쭉 하게 되면 더 열심히 해서 시니어부에서 국가대표가 돼서 세계대회 나가서 1등하고 싶고, 운동을 하다 안 하게 돼도 직업으로 하는 운동과 관련된 일로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이번 연도 졸업하면 성인이기 때문에 학생으로서의 체력과 힘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체력과 힘을 더 보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Chapter 5. 실업팀이 하나도 없는 강원도
- 두 선수 모두 당차게 성인이 돼도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는데요. 그런데 강원도가 이렇게 인라인 롤러의 메카로 자리잡아왔으면서도 고등학교 선수들이 졸업하고나면 갈 실업팀이 하나도 없다는군요. 현재 라파즈한라와 강릉시청에서 선수 한 명씩으로 운동부를 운영하기는 하는데 정식 실업팀으로 창단한 게 아니어서 유망주들이 갈 곳이 없다고 합니다.
- 현재 도내엔 강릉의 남강초, 동명초, 금광초, 율곡초, 정선의 정선초등학교 등 10곳의 초등학교팀이 있고, 중등부는 강릉 솔올중과 원주 반곡중, 고등부는 강릉 경포고와 원주 영서고, 대학부는 강릉 가톨릭관동대가 있는데 정식 실업팀이 없는 겁니다. 그래서 유망주들이 졸업하면 대거 다 외지로 빠져나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 굉장히 아쉬운데요. 하지만 지금 도내 실업팀 창단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고 하네요.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말을 아끼긴 했지만 그래도 의미 있는 발걸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도내 롤러 스포츠의 현실에 대해 김정훈 강원도 롤러스포츠연맹 전무이사와 인터뷰를 나눴습니다.
- 김정훈 강원도 롤러스포츠연맹 전무이사
“강원도에는 실업팀이 없습니다 지금. 없기 때문에 전국에 있는 팀으로 강원도의 우수 선수들이 초,중,고 특히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를 가야 되고 실업팀을 가야 되고 프로팀에 가야 되는데 강원도에는 팀이 없습니다. 인라인 스케이트 특성 상 같이 합동 훈련을 해야 됩니다. 레벨이 높은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야 되는데 저희는 실업팀이 없기 때문에 아직도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도 체육회나 강릉시청 이런 분들한테 구두로 말씀드리고 사업계획서도 제출하고 진행 상태에 있습니다.”
Chapter 6. 2020년 세계선수권대회 강릉 유치 추진
- 대한 롤러스포츠연맹이 2020년 롤러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를 강릉에서 치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곧 강릉시와도 본격적인 협의를 할 거라고 하는데요. 평창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오벌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고 합니다. 대한 롤러스포츠연맹의 유영철 사무처장에게 들어보겠습니다.
- 유영철 대한 롤러스포츠연맹 사무처장
“국제연맹 월드스케이트에 세부 종목이 총 10개가 있습니다. 그 중에 스피드스케이팅이라고 스피드 종목이 있는데 이 종목은 우리나라가 가장 국제 경쟁력이 높고. 강릉도 우수한 선수들을 배출한 역사가 있는 종목이에요. 이 종목의 세계선수권대회를 하면 통상 40개 국 정도의 국가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이 오고 장소 같은 경우는 지난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인데 스피드 경기장이 우리 세계선수권대회를 하는 트랙과 로드를 모두 한 장소에서 할 수 있는 그래서 이동이나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곳이에요. 사계절 전천후로 쓸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올림픽 유산을 활용할 수도 있고 그래서 개최된다고 하면 시 발전이나 종목 발전에 있어서도 또 종목 선수들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강릉은 또 97년에 아시아선수권대회를 강릉에서 개최했었어요. 그렇게 되면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최했던 저력이 있기 때문에 역사도 있고. 세계선수권대회까지 개최를 하면 더 뜻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최문순 도지사가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 유소년 축구 대회에 가서 북한에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공동 개최를 제안한다고 하잖아요? 그게 성사된다고 해도 2018년 현재부터 2021년까지 3년 동안의 공백이 있는 셈인데 만일 2020년 롤러 스피드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면 올림픽 시설을 중간에 활용할 수 있게 되고, 또 비겨울 시즌에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생기는 거니까 좋을 것 같긴 한데요. 이 대회 개최라는 게 개최도시의 적극적인 의지가 필수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연맹과 강릉시가 앞으로 잘 협의했으면 좋겠습니다.
Chapter 7. 한국 롤러 스포츠의 메카로 다시 비상하길...
- 강릉이 우리나라 롤러 스포츠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해왔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 선수 4명 가운데 장수지 선수가 경포고 출신이란 것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만큼 강릉은 롤러 스포츠의 메카로 자리매김해왔는데요. 하지만 실업팀 하나 없는 열악한 현실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세계 대회 유치 추진 소식도 반갑고, 장수지 선수의 활약에도 기대가 더 커집니다. 어쨌든 열악한 현실 속에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 유망주들이 갈 수 있는 실업팀도 탄생하고, 아시안게임에서도 좋은 결실 맺고, 세계대회 유치도 잘 추진해서 강릉이 다시 한번 우리나라 롤러 스포츠의 메카로 비상하기를 바라봅니다.
- 지금까지 발꿈기 열여섯 번째 시간, 김인성이었습니다.
취재 : 김인성
편집 : 김성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