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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조씨....

사연과 신청곡
24-12-22 18: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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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밤'을 꿈꿨지만, 더운 밤만 길었습니다.
비구름 뒤에서 수근대던 볕은 맞다이로 들어왔고, 계절은 그 태양아래 멈춘 듯 했습니다.
그렇게 아무도 찾지않는 바람부는 언덕에 흐드러진 개망초만이 자리를 옮겨앉는 별들을
곁눈질하던 어느 새벽, 서늘한 바람 한줄기 창틈으로 새어 들어 나의 온 몸을 휘감으며
전완근, 외복사근, 삼각근의 깊은골을 휘돌더니(왜?뭐?), 승모근을 타고 올라 귓가에
속삭이더군요
-나야, 가을...
간절함으로 잘 여문 붉은 입술에 다가가려하자, 누군가 뒷덜미를 잡아채더니, 눈을 뿌리며
소리칩디다.
-나야! 겨울이라구!
붉은색과 흰색이 뒤섞인 세상은 분홍빛은 아니었습니다.
그나마 올 한해의 모든 우울을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퉁'쳐도 되겠다 싶었는데, 갑자기
소년이 촛불을 들고 올 줄이야! 용돈 아껴 산 아이돌 응원봉이 총칼을 이길줄이야!
이거 완전 러키비키 잖아요! ㅎ
마음같아선 다 필요없고, 마라탕후루도 먹어보지 않고 '탕!탕!' 하려했던 자들 모두
'후루루루 후루루루' 날려버리고 싶습니다.
제발 오만하고 염치없는 이들로 인해 이 악물고 눈물 삼키며, 무탈한 하루를 행복이라
여기며 사는 우리의 소중한 일상마저 하찮아 지지 않길 바랍니다. 제발 내일을 걱정하며
뒤척이는 새벽이 되지 않길 바랄뿐입니다.
 
어스름 이른 아침, 내리는 눈을 봅니다. 슈퍼울트라 T에 50넘은 아저씨지만, 개망초 꽃송이같은
함박눈이 반갑습니다. 내리는 눈처럼 아파트 아파트마다 랜덤이 아닌 이븐하게 사랑과 축복과
웃음과 평안이 함께하는 겨울이길 바래봅니다.
우리 살아온 날들처럼 부족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마음들이 이어져, 가시처럼 고단했던 날들이
가고 새순이 돋고 흑백의 꽃잎이 노래가 되면 파란 바다는 소중했던 순간들을 기억하겠지요.
돌이켜보면 도리가 없진 않았을 터인데, 4시에 마음을 얹은 이들을 어엿비 너겨 편한자리
마다하고, 7,285시간동안 자리를 지켜준 리디의 어여쁜 마음에도 '브론즈마우스'대신 마음깊은
리스펙을 보냅니다.
 
끝으로 연말 모임에서 부르려 했는데, '이 어찌 태평성대란 말인가!' 라며 '시일야 방성대곡'
하느라 떡목이 되어버려 포기한 노래 청합니다.
그나저나 이 아저씨, 지금쯤 편안함에 이르렀는지..... 문득, 궁금합니다.
 
--- 이선균 '아득히 먼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