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 그녀는
웃으며 대화를 나눌때 내뱉는 숨에서 왠지 향긋한 냄새가 났다.
살짝 벌어진 입술사이로, 조곤조곤 내뱉는 목소리. 그 속에 묻어나오는 향은
여름보단, 봄날의 햇살 같기도, 초가을 밤 공기를 닮은것 같기도한 기억이 어렴풋이 남아있다.
그녀와 이별의 시작은
살면서 가장 큰 상실의 슬픔을 내가 겪을무렵.
그렇게 힘들어하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있기가 힘들다며
어느날 소리없이 사라져버리면서부터 였는데,
붙잡을 기회조차 없이 떠나버려, 그냥 잊은듯이 기다릴수 밖에 없었다.
서로 말이 없어도 통할때가 많았기에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하며, 그렇게 조용히 마음을 다스릴 무렵은
여름이 끝나고 밤공기가 차가워지며 가을을 알리던 환절기였다.
1년이 훌쩍 지나고 어느날.
LA에서 지내고 있는데 여기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할것같다며.
곧 한국에 들어갈텐데 혹시 만나줄수있냐며. 꼭 만나서 해야할 말이 있다며.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복잡한 마음을 추스리고
강남역에서 만나 드디어 전해들은 1년여만의 이야기는
떠났을무렵, 그녀 또한 크나큰 괴로움의 시간이 닥쳤었는데
힘들어하고있는 나의 모습에, 또다른 힘든 이야기를 얹힐수가 없었고 자기 주변이
온통 검은 세상으로 가득차버린것만 같아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고.
힘들때 끝까지 못해줘서 미안하다며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내뱉는 그녀에게선,
솔직한 마음의 향기만이 풍겨올 뿐이었다.
끝까지 이야기를 듣고나니 미움도, 원망도 남지않아서 다행이란 생각을 했다.
그 당시 나는 아직 나 하나 똑바로 걷기도 버거웠기에 잘되었다며 진심을 담아 축하해 주며
그렇게 그녀와 나의 만남은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바람에 낙엽이 날리며, 쓸쓸한 냄새가 가득한것만 같던,
지하철에서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가던 그날 밤 골목들이 떠오르는.
가을이 오고있다.
밤12시나 새벽에 어울릴만한 사연인데.
오후에 미안하네요.
*신청곡
Jorgen dahl moe & maria petra _ when love leave
또는
Sam oak _ Keep me warm
또는
스웨덴 세탁소_ 끝나지 않는 계절의 기억에 머물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