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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사연과 신청곡
24-07-25 02: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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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고. 여행을 가보는 것이 버킷리스트였다.

돛단배. 통통배도 아닌 지중해 크루즈. 남미 크루즈 같은 큰 여객선을 타고 말이다.

 

배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몇날몇일을 머무르며 이곳저것 돌아다니는 것도 낭만이지만

"선상파티 같은걸 매일 한다는데, 그런 파티가 열리면 촌스럽지 않게 자연스레 커플댄스 정도는 출수 있으면 좋지않을까?"

Jw에게 나의 로망을 말했었는데, 흔쾌히

"그래볼까? 재미있겠다"며 그는 ok를 해주었고

그렇게 둘이서 같이 홍대쪽으로 아르헨티나 탱고수업을 배우러 다녔드랬다.

반팔을 입고 연습을 했으니 더운 여름이었던듯. 아무튼,

 

여인의 향기에서 알파치노가 추던,

화려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물흐르듯 걸어다니며 가볍게 출수있는 그런 춤.

 

어깨와 어깨가 맞닿고, 볼과 볼이 맞닿은채로 눈을 지긋이 감고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천천히 박자에 맞춰 걸으면서 어깨로, 가슴으로 방향을 전환한다.

말이나 손짓이 아닌 오로지 상대의 상체에 의지해서 하나가 되어야 하는 춤. 아르헨티나 탱고.

 

합을 맞춰서 수백번 연습하고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동작을 암기해서 추는 춤이라 생각했는데

아르헨티나에서 온 강사선생님은 아르헨티나 탱고는 외워서 추는 춤이 아니라

그 순간 서로 완벽하게 이해하고 소통해서 서로를 읽어내려가는 서사시라고 말하며 시범을 보여주었는데

어떻게 저렇게 서로 발걸음이 딱딱 맞아 떨어지는지, 저런 동작들이 순간의 리드와 팔로우로 어떻게 저렇게 움직일수있는지 당시엔 너무 신기하기도 아름답기도 해보였드랬다.

아. 그때 강사님들 이름이 마리아나.와 세바스찬 이였던가.암튼 그랬다.

 

그러고선 초급인 우리 둘에게 한참을 서로 마주보고 걸으면서 리드와 팔로우하는 연습을 시켰었는데

JW와 나는 처음엔 버벅이며 서로의 스텝이 꼬이기도 발을 밟기도 했는데, 그럴때마다 강사 세바스찬은 옆에서

it' ok~ just focus on the music 이라며 다독여 주었었다, 그렇게 점점 연습에 진지해진 우리는

서서히 잡생각을 비우고 마음을 열고 음악에 집중하는데 몰입을 하게 되었고,

어느날, 눈을 감고 음악에 따라 그저 걸었을 뿐인데

jw는 한순간도 나의 흐름을 놓치지않고 마치 물아일체가 된것처럼 완벽히 나란히 걸어주는 느낌이 드는게 아닌가?

음악이 끝나갈때 즈음 왠지 모르게 너무나 기쁜 마음이 벅차오르고 있었는데 음악 소리가 멈추고, 조용히 눈을 떠보니

연습하는 모든 분들이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드럤다. 알고보니

서로에게 완전 몰입해서 한치의 미스도 없이 서로의 템포에 맞추어 탱고를 추는 우리둘을

강사 세바스찬은 연습생들에게 조용히 지켜보라고, 너무 아름답게 추고있다면서 칭찬해주었던 그날.

마치 서로의 모든것이 하나가 된듯한 기분으로 가득했었던 그날.

 

하지만 운명은 무심하게도 각자의 갈길을 가게끔 우리를 갈라놓았고 결국 크루즈 여행도 함께하지 못했지만

뜨거운 여름밤이 오면 가끔 퍼펙트한 스텝을 걸었던 그날이 기분이 떠오르곤 한다.

여러분들은 무더운 여름밤에 잊지못할 추억들이 하나둘씩 있으신가요?

 

신청곡 이소라 : 그대와 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