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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도 궁금하지 않은 아저씨의 어느 봄날

사연과 신청곡
24-04-24 11: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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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전여친의 뒷소식을 캐듯 가끔 기웃댑니다. 내심 회한의 우울모드를 바랬건만 넘쳐나는 웃음에 아주 화딱지가 납니다. 찌질한 전썸남으로서 이 한마디 참을 수가 없네요. 
좋냐? ㅋ
 
뭘해도 좋은 계절을  핑계삼아 전 좀 걸었습니다. 며칠 전엔 어렵게 한 이틀 시간을 만들어 저만의 명상의 길을 걸었는데, 그곳은 바로바로바로바로~ 지하철1호선 지상길! 눈앞에 손가락을 퉁기며 '레드 썬!' 을 외치면 그 길은 어느새 오름을 끼고 바닷길을 거니는 올레길이 되고 구도의 산티아고 순례길이 되기도 합니다. 가금 인사동으로 빠져 서촌, 북촌을 거닐어도 좋고 동대문, 을지로로 빠져 남대문을 거쳐 남산까지 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고르지 않은 그길을 걸으며 다이내믹코리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상냥하지못한 웃음소리와 향긋하지 않은 냄새에 귀기울입니다. 그렇게 지치도록 예닐곱시간 걷고나면 머리가 맑아집니다. 조금 더 걸어서 용산까지 온 김에 목포로 내리 쐈습니다.
 
12첩반상 남도정식에 홍탁삼합으로 허기와 갈증을 달래려 함은 아니었습니다. 목포신항에 들렀습니다.  17,8년 같은 국적이었다는것 말고는 그 어떤 접점도 없던 이들의 마지막이 궁금 했습니다. 속절없이 흐르는 세월속에서 화석처럼 굳어가는 '세월'을 마주합니다. 사진 한방 박을라꼬 휴대폰을 들었다, 내립니다.
 
이제 저는 밥먹으러 다시, 집으로 돌아갑니다. 쓰디쓰디쓰디쓴 밥벌이의 일상이지만 돌아 갈 곳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입니다.
밥을 먹고 짬짬이 또 걸어야지요. 그렇게 네비에 잡히지 않는 길위의 사람들을 쫓아 걷다가, 무릎 아래로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이 복사뼈를 스치는 날, 다시 오겠습니다.
 
      * 2NE1 - '컴백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