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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에 탄광순직자 '위패'와 '위령재' 위기

추천뉴스,삼척시,태백시,정선군,뉴스리포트
2023.10.0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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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일자
    2023-10-01
폐광지역에서는 탄광사고로 순직한 광부들의
위패를 전통사찰에 모시고,
매년 넋을 위로하는 전통의식을 지내왔습니다.

광업소와 유족, 사찰 측이
수 십 년 동안 위패를 모신 제단을
유지해 왔는데, 대한석탄공사의
폐광이 진행되면서 위패관리와 위령행사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형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대한석탄공사 장성광업소가
지난 1945년 지역인사들과 함께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태백시 장성동의 한 사찰.

'탄광산업 재해 순직자 추모관'이란 건물에는 태백 장성과 영월, 정선 함백광업소에서 숨진
1천 15위의 위패가 모셔져 있습니다.

특이한 건 불교신자가 아닌
순직자들의 위패까지 보관하며
모든 종교를 초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자엄 장명사 주지스님
"유족분들에게 위패는 묘지와 같은 의미라는
생각이 있으신데, 이분들은 두 가지를 걱정하세요. 위패가 다른 곳으로 옮겨지지 않을까 위령재가 앞으로도 잘 지내질 수 있을까...."

지자체나 사회단체가 주관하는
위령행사 '위령제'와는 다르게
사찰에서는 불교의 천도의식으로 치러져
'위령재(慰靈齋)'라는 명칭을 씁니다.

유가족들이 정기적으로 찾아오고,
매년 단옷날에는 위령재가 봉행됩니다.

장명사 외에도 태백과 삼척, 경북 문경 등
탄광순직자의 위패를 관리 중인 사찰은 6곳,
위패는 1,700여 위에 달합니다.

그런데 여러 광업소가 순차적으로 폐광하면서
해당 지역의 사찰에서는
위패가 없어지거나, 관리 주체가 사라져
소각됐습니다.

태백에 남은 탄광마저 폐광하면
같은 수순을 밟지 않을까
유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송연심 순직자 유족
"다른 곳으로 옮기면 안되죠, 저는 다른 곳으로 옮기면 남편과 영 이별이에요. 어떻게 거기에서 그냥 있도록 좀 신경을 써 주세요. 그러면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거예요."

역사 문화사적으로도
순직자의 위패 관리만을 위해
사찰이 만들어지고, 전통의식까지 치러지는 건
국내에서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정부차원에서 위령탑을 만들어
'산업전사 순직자의 날'에 합동 '위령제'를
지내고 있는 것과는 구별되는 대목입니다.

문화재 관련 전문가(음성변조)
"지방무형문화재쯤 되겠죠. 그런 조명할
가치가 있으니까 그런 노력을 하시고, 다 사라지는 이 마당에도 유지되고 있다는게 지방문화재로서 가치가 있으니까 콘텐츠잖아요."

산업전사로 예우하자는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탄광순직자의 넋을 담은 위폐는 폐광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상황,

[김형호 기자]
탄광들이 문을 닫으면서 순직자들의 위패관리와
이들 사찰에서 지내오던 전통의식의 명맥을
어떻게 유지할 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형호입니다. (영상취재:배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