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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갑지 않은 추석, 이재민들의 명절 나기

강릉시,뉴스리포트
2023.09.28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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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일자
    2023-09-28
지난 4월 강릉 산불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이 첫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부분 좁은 컨테이너에 살고 있는 이들은
산불 기억을 좀처럼 잊지 못하고 있는데요,

추석 연휴에도 화재 원인 규명을 놓고
한전과의 소송 준비가 한창입니다.

이준호 기자가 이재민들을 만났습니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숲에 이동식 컨테이너
주택이 덩그러니 놓여있습니다.

지난 4월 화마가 휩쓸고 지나간 뒤
평생 모은 돈으로 지은 160㎡의 주택이
다 타버렸습니다.

추석이면 아들과 손자 등 10여 명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던 모습은
이젠 꿈만 같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70대 할아버지는 가족들에게
힘든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이번 추석엔 집에 찾아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김형택 / 산불 이재민
"와서 보면 더 마음 아플 거 아닙니까.
그 큰 집에 살다가 이동식 주택에서 어머니,
아버지가 사니 얼마나 마음 아프겠어요."

또 다른 산불 이재민 이미경 씨도
엿새간의 추석 연휴가 달갑지 않습니다.

평소 명절이 다가오면 안부 인사를 묻던
친척들의 전화도 크게 줄었습니다.

이미경 / 산불 이재민
"올해 너무 쓸쓸하네요. 갈 곳도 없고 또
오시는 분들도 (미안해서) 전화도 못 하겠다고
자꾸 그러시더라고요."

강릉 산불 피해 주민은 모두 220여 가구.

산불 발생 이후 5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
화재의 책임을 물을 수사조차 더딘 상태입니다.

지난 5월부터 한국전력을 상대로
산불 과실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강릉시 산림특별사법경찰은
이르면 올해 말까지 수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결국 주민 상당수는 한국전력을 상대로
피해 보상 민사 소송을 진행할 예정인데,
이마저도 준비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준호 기자
"산불 이재민들의 재산 피해 목록 작성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면서 민사 소송 소장
제출 시점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최양훈 / 강릉 산불 비상대책위원장
"10월 말쯤 소장 제출할 예정이고요.
피해 주민들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지금 (자료)
정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산불 발생 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이재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MBC뉴스 이준호입니다. (영상취재 박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