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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잡아줘! 다시 놔줘...

사연과 신청곡
23-08-31 12:5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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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어짜야 일주일에 시간 남짓 듣지만, 그 때마다 몸이 부웅- 뜨는건 두고 온 마음이 적지 않음이겠지요.
 
노을이 넓고 깊은 계절입니다.
매달리는 겨울이를 매정하게 차버리고 봄이와의 설렘도 잠시, 단단히 마음먹고 여름이와의 불경스런 한 때를 꿈꿨지만, 비를 피하려 움추린 몸으로 빼꼼 내민 낯만 벌겋게 그을려 슈퍼샤이한 얼굴로 뱅버스 안에서 춤을 추며 절망과 싸우다보니 초록에 지친 매미들의 싸이렌 소리가 잦아들고 어느덧 우리는 세이렌머그잔을 부여잡고 뜨.아의 온기를 느끼며 실수투성이의 청춘을 그리워 하듯 지난 여름을 아쉬워 하겠지요
 
이 여름을 조금 더 잡고 있을까요? 그만 놓아 줄까요?
전 그냥 모른 채 하려구요.
무겁고 축축한 아침속에서... 아직은 어림없지, 하는 한 낮의 햇살속에서... 부쩍 일러진 저녁나절의 스산함속에서... 하루하루를 낮게 살아가는 작은 사람들의 작은 목소리를 함께하는 오발 유니버스로 가는 오솔길을 알고 있는 한, 부여잡지 않아도, 놓아주지 않아도, 그 길가의 조용한 바람사이로 코스모스는 지가 피고 지가 시들겠지요.
 
가을은 인간에겐 풍요롭지만 자연에겐 희생의 계절인 듯 합니다.
따고, 꺽고, 뽑고, 베어 내, 내 품에 가득 안은 풍요의 한 줌을 나누는 계절이길 바래봅니다.
 
저는 둥근 달 높이 뜨면 다시 올게요.
발목 모래주머니 풀고, 무거운 가방 내려놓고, 슈-웅 날아올라 그 달에 앉아 웃고 있을게요.
 
   * 산울림 -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