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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대형 산불인데 비상소화장치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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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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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일자
    2023-06-28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곳곳에서
5백 건 넘는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산불 초기에 마을 주민들이
진화에 참여할 수 있는 비상소화장치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턱없이 모자란 상황입니다.

이준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강릉 경포대 주변 숙박 단지에
불기둥이 치솟자 뿌연 연기로 가득찹니다.

초속 30m 강풍을 타고
화마는 일대 건물 260여 채를 집어 삼켰습니다.

그런데 초토화된 이곳에
멀쩡한 건물이 있습니다.

70대 어르신이 운영하는 펜션인데
산불이 나자마자
가정용 수도보다 수압이 10배 이상 높은
비상소화장치로 물을 뿌렸기 때문입니다.

변상복 / 강릉시 저동 주민
"집 주위에 급한데, 오는 길목이랄까
방어용으로 계속 뿌렸죠."

지난해 3월 산림 2만ha를 태운
경북 울진과 강원 동해안 산불.

도로가 좁아 소방차가 진입하기 힘든
삼척 월천1리의 주민들은
가까스로 삶의 터전을 지켰습니다.

비상소화장치로 물을 뿌려
반경 50m 안에 있는 주택 8채를 살렸습니다.

김영준 / 삼척시 월천1리 주민
"큰 차들이 접근을 못해서, 만약에 없었으면
애를 좀 먹었겠죠. 여기 근처에 있는 사람들이
수도로 뿌리기도 그렇고...”

전국의 산림 인접 마을에 설치한
비상소화장치는 지난해 말 기준 1,012개.

그나마 강원지역엔 871개가 설치돼 있지만,
경북은 30개, 경남은 5개뿐입니다.

금강송 서식지로 유명한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엔
아직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되지 않았습니다.

[이준호 기자]
"사방이 20m 넘는 소나무가 빼곡한데요.
이런 금강송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소화장치는
이곳 군락지 일대에 한 개도 없습니다."

금강송으로 빽빽한
경북 봉화군 소천면의 산림에도
단지 1개만 설치됐습니다.

아직 상수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서
설치한다 하더라도
당장 물을 공급할 재간이 없습니다.

경상북도 소방본부 관계자
"설치 안 했어요. (울진 금강송면은)
할 수 없는 게 상수도가 안 들어가 있어요."

[반투명 그래픽]
지난 10년새 산불 발생 건수가 30%가량 늘면서
산불 취약지역은 확대되고 있지만
비상소화장치 공급량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전문위원
"산불이 기후 위기 재난으로 건조와 강풍에
의해서 이제는 우리가 대비한 수준을 뛰어
넘고, 큰 예산이 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대대적으로 보급해야 (합니다.)"

비상소화장치가 도입되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사용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정기적인 훈련도 병행해야 합니다.

이종현 / 고성군 홍와솔마을회장
“사용할 줄 모르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 마을도 한 번씩 연결해가지고
틀고 뿌려보고 이런 형식으로 하고 있거든요.”

소방당국은 주민 교육을 늘려나가는 한편,
내년에 116억 원을 투입해 강원도와 경북지역에
비상소화장치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입니다.

MBC뉴스 이준호(영상취재 양성주, 김창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