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이 3층인데 1층이 어린이집입니다.
게으른 오전에 베란다에서 냥이들 화장실 모래를 푸고 있자면, 가끔 산책에 나서는 요녀석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서너살쯤 되어 보이는, 아가와 어린이의 중간 아린이들의 꼬물거림과 재잘거림을 보고 듣노라면 그야말로 메가울트라슈퍼짱 힐링디톡스입니다. 내려가 마구 깨물어주고도 싶고, 어떻게 셋째라도 한번... 하는 천인공로할 마음마저 들지만 이내 고개를 휘젖습니다.(생각만으로도 아내에게 미안하네요. ㅎ)
- 친구와 다투지 말고 손 꼭잡아요.. 길 건널때 조심조심.. 꽃은 꺾지말고 개울물에 돌 던지면 안되요..
선생님 말씀도 들립니다.
예전에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화제의 책이 있었는데, 유치원을 못나와서인지, 몰라도 될 것을 너무 많이 배워서인지, 배움과 현실이 겉도는 세상 탓인지, '불혹'을 넘어 '지천명'에 이르러서도 삶이 늘 헷갈립니다.
선생님 손에 들린 빨간풍선을 따라 잰걸음으로 졸졸 잘도 따라갑니다. 고 놈들 잘 자라라고 내리쬐는 볕이 벌서 따갑네요. 그 볕에 사람은 축 쳐지고, 풀은 일어서고, 제 멋대로 부는 바람에 여리한 은사시나무 이파리 쉬이 배를 까는 초여름 입니다. '초'자를 앞세우며 계절이 다가옴은 마음의 준비를 하란 뜻이겠지요. 아이들은 그 성정이 계절과 같아 누리고 변하며 자라지만, 나이 든 이들은 꽃가루 황사 장마 폭염 스산함 동장군 폭설 따위의 근심거리를 늘어놓지요.
자, 우리 오발이들, 근심을 털어놓고 다함께 차차차, 다가 올 여름준비 좀 해 볼까요?
금주다짐과 미라클모닝 운동으로 살빼고 근육만들어 삼복더위에도 끄떡없는 체력키우고... 이딴 거 말고요, 시원한 맥주 마실 예쁜 잔 하나, 뱃살가릴 박스티 하나, 계곡에서 첨벙거리다 떠내려 보내도 아깝지 않을 '쓰래빠' 하나, 오발이들과 나눔할 시원한 여름노래 몇 곡 쟁여두면 폭염문자 쯤이야 코웃음으로 날리겠죠.
아무튼 소소한 짜증은 리디한테 다 푸시고(엥?) 에어컨처럼 시원한 웃음으로 서로를 대하는 여름이길 바래봅니다.
어울리진 않지만 아까 본 빨간풍선 덕에 오랜만에 이노래 반복재생 중입니다.
* 산울림 - '빨간풍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