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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이재민 희망의 모내기

강릉시
2023.05.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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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일자
    2023-05-23
지난달 산불 피해를 입었던
강릉 지역 농민들이
늦은 모내기를 시작했습니다.

화마에 볍씨와 비료, 농기계까지 모두 잃으며
희망마저 놓을 뻔했지만
주위의 도움으로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김인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 11일 발생한 강원도 강릉 산불에
조규건 씨의 집 역시 모두 타버렸습니다.

잃은 것은 집뿐이 아니었습니다.

올해 심어 수확하려 했던 볍씨는 물론
비료와 농기계까지...

농번기에 발생한 산불은
농민들의 모든 것을 재로 만들었습니다.

조규건 / 산불 피해 농민
"벼가 탈 땐 너무 난감했어요. 벼도 없지,
비료도 다 탔지... 콤바인이고, 이앙기고,
트랙터고 다 탔는데 탄 고철만 해도 16톤이
나왔어요."

그렇게 모든 걸 포기하려는 순간
농민들은 다시 일손을 바쁘게 움직입니다.

강릉시가 평소 이재민들이 키우던 벼보다
한 달 가량 늦게 재배하는
중생종 벼를 마련했고,

농협이 40여 일 동안 정성껏 길러
농민들에게 직접 가져다 줬습니다.

물을 가득 댄 논에 이앙기가 지나가자
파릇파릇한 모가 일렬로 자리를 잡습니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모내기는
예년보다는 한 달 가량 늦었지만,
올해 가을에도 황금색 들판을 만날 수 있어서
농민들의 마음은 희망으로 가득 합니다.

이세기 / 산불 피해 농민
"농약도 봄에 가져왔던 거 다 타고 없어서
새로 또 가져왔거든요.
강릉시에서 씨앗을 주고, 농협에서 돈을 대서
키워주셨어요. 우린 심기만 하면 되니까
참 진짜 고맙죠."

올해 농사를 사실상 포기했던 농민들.

산불 피해의 기억은 여전하지만
어린 모들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그래도 일상을 되찾으려 하고 있습니다.

차주일 / 산불 피해 농민
"다 포기하려고 그랬습니다.
집이 다 타서 갈 데도 없고 그렇잖아.
농사를 이렇게 대량으로 짓는 사람만 불이
나가지고 씨앗이 다 타버렸어요."

강릉시는 이들 산불 이재민들의
농사를 돕기 위해
벼와 밭작물, 농기계를
계속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김경태 / 강릉시 농정과장
"빠른 시일 내에 지원해주기 위해서
육묘를 위탁 생산했고,
종자를 확보해서 옥수수 종자를 공급하고,
무상으로 농기계를 임대해서
영농에 차질이 없도록..."

이번에 심은 벼는
오는 10월 초쯤 수확하게 됩니다.

모내기가 산불 이재민들의 희망으로 다가오면서
올가을엔 풍년이 찾아오길 기원합니다.

MBC뉴스 김인성 (영상취재 김종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