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혼자, 술만 마시지는 않습니다. 극장엘 갔고, 운 없기로 소문 난 내 팔자에, 고맙게도 몇 차례 겪었던 '혼영'의 행운을 또 누렸습니다. 커다란 스크린을 눈 앞에 두고 모든 좌석의 정가운데 혼자 앉아있는 기분은 그야말로 개꿀이고 째집니다. ㅎ.
'리턴 투 서울'
권하기 망설여지는 불편한 영화입니다. '불편'은 좋지않다거나, 어렵다거나, 무겁다는 말은 아닙니다. 요즘의 낮밤처럼 영화속 온도차가 크고, 풀어내는 화법이 낯설고 친절하지 않습니다. 겉보기엔 입양인의 이야기지만, 인류학 생물학 사회학을 뒤섞어 내미는 사람의 관계와 소통,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로 읽혔습니다. 뭐랄까... 무자격자가 요리한 복어요리를 맛나게 먹은듯도 싶고, 깍두기를 안주삼아 와인을 마시고, 홍어를 넣은 바게트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자꾸 생각나는 그런 기분?
어쨋든, 음악과 조미료1도 넣지않은 박지민 배우의 날것같은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더티댄싱'이나 '플래쉬댄스'처럼 대놓고 춤영화는 아니지만 '여인의 향기' '펄프픽션' '마더' '조조래빗'처럼 짤막하게 나오는 춤추는 장면이 그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제겐 이 영화도 그러했습니다. 내가 극강의 트리플 'I'만 아니었어도 좌석에서 일어나 프레디와 함께 춤을 추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극장을 나서니 시원한 밤공기에 걸터앉아 그네를 타듯, 봄꽃향이 코끝에 살랑거립니다. 멜랑꼴리한(?) 상쾌함 이 좋네요.
영화에서는 이정화 버전으로 흐르고, 열다섯 나이에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던 '꽃잎'의 이정현 버전도 있지만, 김추자의 광팬이었던 아버지 탓인지 전 이 버전이 가장 좋습니다.
* 김추자 - '꽃잎'
*덧 - 어릴때 동네 아저씨들이 '담배는 청자, 노래는 추자' 라는 말씀들을 하셨는데, 앞에는 몰겄고, 뒷부분은 언제 들어도 반박불가! 킹정! 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