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피해지, 멀쩡한 나무까지 벌채

대형 산불 피해가 반복되는 강원도의 경우
피해목을 벌채하고 새로 조림하는 사업을
해마다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멀쩡해 보이는 나무들을
베는 등 산불 피해목 벌채 과정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제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산불 피해목 벌채와 관련해
제반 사항을 점검하는
기획보도를 마련했습니다.

어떤 나무들이 얼마나 사라지고,
또 이 나무들이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먼저, 이아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해 3월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은
40년째 소나무를 키워 온
전영만 씨 소유의 산도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전 씨는 산불 직후
완전히 소실된 나무는 베어냈고,

생존 가능성이 있는 소나무는 남겨 놨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산을 다시 방문한 결과
멀쩡해 보였던 소나무 20여 그루마저
밑동이 잘려 나갔습니다.

벌채 업자가 베어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아라 기자]
"밑동이 멀쩡해 보이는 소나무가 이 근처에서만 수십 그루 잘려 나갔습니다. 제가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굵은, 수령이 꽤 되는 소나무인데요. 그리고 이 주변으로 이렇게 다시 가느다란 어린 소나무가 심어졌습니다."

주변 강릉시 소유 산림까지 살펴보니
1ha 안에서 멀쩡해 보이는 소나무
백여 그루가 잘려 나갔습니다.

전영만/ 임업후계자·산불 산림 피해 산주
"벌채한 나무를 보면 위에 송진이 거의
올라와 있어요. 이런 나무는 살 확률이
한 80~90%는 되거든요."

인근에 또 다른 산불 피해지를 가봤습니다.

이곳도 산불 피해림으로 지정돼
곧 벌목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그런데 밑동만 그을렸을 뿐,
하늘로 뻗은 가지에는
연두색 새잎이 가득합니다.

이 나무들 역시 벌채 대상입니다.

홍석환/ 부산대학교 조경학과 교수
"수관층을 형성하는 큰 나무들은 거의 100%
살아있고요. 불에 조금 약한 작은 나무들이
한 20% 정도 죽은 것 같아요."

산불 피해지에서 벌목된 나무를 모았던 집하장

아무리 파내도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나무 조각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인근 주민들은
멀쩡해 보이는 나무도 쉴 새 없이
이곳으로 모은 뒤, 실려 나갔다고 말합니다.

마을 주민
"하루에 한 100대 왔다 갔다 했죠.
1톤 조금 넘는 차. 저 위에다 나무가 불에
안 탔는데도 이렇게 벌목하는 데가 있어요.
그런 데서 베어서 가는 것 같은데."

산불 피해지에서 잘려진 나무는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나누어집니다.

가장 멀쩡한 나무는 1등급 원목으로
값비싸게 팔려나가고,

불에 탄 정도에 따라
2등급에서 3등급의 나무는
펄프나 목재 펠릿으로 활용됩니다.

특히 목재펠릿의 경우 수요처가 많다보니,
1등급 나무부터 3등급까지 구분없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벌채된 나무가 돈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 강릉시 옥계면의
산불 피해 면적은 1,486ha.

이 가운데 피해지역 40% 이상의 산림에서
여전히 벌채 작업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MBC 뉴스 이아라입니다. (영상취재 : 양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