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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벌채 기준에 생나무까지 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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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09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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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송일자
    2023-05-09
산불 피해지의 나무들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베어지는 이유는
벌채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입니다.

산불 피해를 본 산주나 벌채를 맡은 업체들의
경제적 속셈도 깔려 있어
멀쩡한 생나무 벌채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이어서, 김형호 기자입니다.



지난해 발생한 강릉 옥계산불로
올해 초 긴급 벌채가 이뤄진 한 야산입니다.

당초 계획됐던 피해목 벌채 면적은 4.9ha,

그런데 실제로는 0.9ha만 베어졌습니다.

산불이 발생하고 10개월 가량 지나서보니
피해목으로 분류됐던 나무들이
멀쩡하게 살아남은 겁니다.

[김형호 기자]
"벌채구역에서 제외된 이곳에서는
밑동이 그을린 소나무를 볼 수 있는데,
급경사에다 암반 지형으로 돼 있습니다."

피해 정도가 크지 않고 벌채도 어려워서
규정에 따라 일부만 벌채한 겁니다.

산불에 그을린 정도에 따라
나무의 생사 여부를 판단해 벌목해야 하는데,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보니
같은 피해 지역임에도
어느 곳은 베어지고 어느 곳은 남겨집니다.

전영만
/임업후계자·산불 산림 피해 주민
"거의 살아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한 2~3년 지켜봤으면
좋을 건데, 싹 그냥 베어가는 걸 보니까."

산불 피해목을 벌채하는 작업 비용과
매각 비용 구조도 문제입니다.

산불 피해목 처리작업은
산주가 벌목과 운반 등 처리비용을 계산하고
나머지 돈을 갖게 되는데,

산림 피해는 보상금이 거의 없기 때문에
거의 온전한 나무까지 함께 베내 팔아야
비용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김형호 기자]
"목재로 가공할 수 있는 수령 40년 이상 된
소나무는 1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는데,
원목으로서 가치가 없으면 납품가격은
10분의 1로 떨어집니다."

벌채업체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상품성이 높은 산불피해 나무를
베어내고 있습니다.

관리감독이 필요하지만
산불 피해 면적이 넓고 벌채작업도
업체들이 알아서 하기 때문에
현장 검증은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벌채를 막을 방법이
없는 게 아닙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대형산불을 연구하면서
나무가 불길에 그을린 정도에 따라
고사 여부를 진단 예측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강원석 박사 /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생태연구과
"불에 탄 자국과 나무의 가슴둘레를 계산해서 고사율을 예측하는 그런 방법입니다. 가슴둘레가 클 수록 잘 버티는데 탄 부분이 적을 수록 좋습니다."

지난해 대형산불로 강원도에서
긴급벌채 대상지로 결정된 면적은
강릉과 동해, 삼척 등에서 556ha.

산림벌채의 비용 구조라는
현실적인 장벽앞에서 산불에서 살아남은
생나무들이 수난을 겪고 있습니다.

MBC 뉴스 김형호입니다. (영상취재 양성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