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을 넘기고 마주하는 4월 1일.
4월은 잔인한 달.
T.S.엘리엇의 그 유명한 싯구가 아니더라도, 수년 전의 그 아픔이 더해지기 이전부터, 4월의 첫날은 우울하고 아립니다. 제가 아는 몇도 그렇다하고 제가모르는 많은 이들도 그러할 것입니다. 만우절날 맞닥뜨린 가장 거짓같았던 사실. 2003년 4월 1일 장국영의 죽음. 누군가 '넝담 입니다'라고 말해주길 바랐지만, 그는 초속 5센티미터의 속도로 낙하하는 벗꽃처럼 우리의 가슴속으로 사뿐히 추락했습니다. 영원히..
학창시절, 소피마르소도 피비케이츠도 김혜수도 왕조현도 아닌 내 코팅책받침속에서 웃고있던 잘생쁜 배우는 장국영 이었습니다. 그 미소년 같던 한 사내는 귀신과 사랑에 빠졌을 때도, 공중전화 박스에서 피흘리며 죽어갈 때도, 흰색 런닝셔츠에 사각팬티를 입고 맘보춤을 출때도, 양조위의 품에 안겨 흐느낄 때도, 벨벳레드 입술에 코랄핑크 쉐이딩, 화려한 옷과 장신구를 걸치고 경극배우가 되었을 때에도, 눈빛은 늘 처연했습니다.
그는 팬들에게 꿈, 희망, 용기따위를 주진 않았지만, 그 아슬아슬 위태로운 눈빛은 '나도 너만큼 외로워, 그러니 너무 아파하지는 마. 이리 와, 안아줄게..'라고 말을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그 시절, 안기고도 싶었고 안아주고도 싶었던, 영원한 나의 따거, 장.국.영.
20년 전, 내 가슴에 사뿐히 떨어진 그 꽃잎은 아직 시들지 않았습니다.
*장국영 -- 'To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