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오늘도 낮술을 즐기셨다는 오발 청취자님의 사연과 인증샷을 보고,
역시 오발가족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또,
몇 년 전. 금대 계곡에서 꾸미님과 몇몇 분들이 대낮부터 주흥을 즐긴다는 실시간 사연에
급히 간식거리 한아름 사들고 금대 계곡으로 달려갔던 추억도 떠오르고요.
사람 냄새, 물고 뜯고 질척거림, 끈끈함...
제가 오발을 끊을 수 없는 이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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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의아니게 외부 요인으로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소속사를 찾아야 했습니다.
작년 말이었지요.
또다시 프리랜싱을 할 지, 소속사를 찾을지 고민하다가,
아직은 어딘가 법인 기업에 속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회사를 알아봤습니다.
어쩌면 인생의 마지막 회사가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함으로 과감한 베팅을 했습니다.
외국계 글로벌 회사, 뭐, 제 입장에서야 잃을 게 없기 때문에,
저의 모든 것을 걸고 도전을 했습니다.
긴장되고 조심스럽고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는 도전이었습니다.
"브랜든님이라면 충분히 해내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리디의 이 얘기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동시에...
아내도 회사가 휘청거리고,
저희 가족이 사는 집도 연초에 이사를 해야해서 새 집을 찾아야 하고,
그 와중에 자식은 새학기에 독립(자취)하겠다고 집 구해달라고 하고,
모 처에 있는 자가 주택은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올 리모델링을 해야해서 두어달간 시간과 목돈도 들어가고...
제 직장 문제, 아내 직장 문제, 두 번의 이사, 리모델링...(사실 몇 건 더 있지만 생략)
생활과 생존이 걸린 이런 일들이 동시에 발생하니... 하아...
만약 제가 30대 초중반에 이런 상황을 겪었다면
두 손 두 발 다 들고, 자연인이 되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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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새해의 3월이 중순이네요.
지난 겨울은 어땠는지 아무 기억이나 추억도 없습니다.
정신없이 미친듯이 하루하루를 버티며,
제발 내일은 일이 좀 풀리기를, 제발 이번 주말에는 하나라도 결론이 나기를...
완전히 깔끔은 아니지만,
하나씩 정리되고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자녀가 분가해서 이제는 아내와 단둘이 생활한 지도 어언 3주차...
저도 힘들었지만 아내도 많이 힘들었네요.
이번 기회에 아내와 공감한 게 있습니다.
평소에는 친구, 친척, 지인들이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정작 절박하고 매우 힘들어진 상황에서는,
결국 부부 단 둘 밖에 없다는 것을요.
그리고 저와 아내 서로의 은행 대출 능력에 칭찬도 해주었습니다. ㅋㅋㅋ
1금융권 대출이 어럽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서로의 신용도에
"우리 착하고 성실하게 잘 살아서 그래"라는 덕담도 주고받았습니다.
죽으라는 법은 없나봅니다.
사람의 힘, 믿음의 힘.
내 일을 대신 해줄 수는 없지만
용기와 응원의 힘을 주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끈 놓지 않고 버티면 산다! ㅋㅋㅋ)
[에필로그]
사실,
제 개인사나 힘든 일 표현 안하는데요,
우드로님 오늘 사연 보니, 아니, 우드로님 소식 들을 때마다 제 스스로가 더욱 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사람의 소중함은 그 한 사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온 세상이니까요.
그리고 또 이런 생각이 드네요.
옛 어르신들 말씀 틀린 거 하나도 없다... ^^;
아내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 (친정) 식구는 남이야. 자기야, 고마워.
나중에 마당있는 집에서 개 키우면서 누리고 잘 살 날이 있겠지?"
아... 그러고보니, 작년 말부터 진행하고 지금도 진행중인
제 치아 임플란트 2개 수술은 아무것도 아닌 일상이 되어버린
이 험하고 값비싼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