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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렐무야!

사연과 신청곡
23-03-06 1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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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차려 낸 끼니상에 여느 때보다 무를 많이 쓴것 같습니다. '무맛을 알아야 어른이다.'라고 내뱉은 말을 다른 입맛에 강요하기 위함은 아니었고요, 생각해보면 이리 요긴한 식재료가 어디 있을까 싶습니다.
생김새도 맛도 비슷한듯 다른 요놈들은 깍두기 석박지 동치미등 각종 김치뿐만 아니라 국,찜,조림,밥,떡에도 넣고 채쳐서, 말려서 무쳐도 먹고 회밑에도 깔고 김밥속에 꼭, 짜장면과 치킨옆에 늘 동반자로 자리잡고, 이파리 하나 버릴것 없으며 날것은 또 그것대로 알싸하게 쏘지만 달고 시원하여 여러 민간요법에도 쓰이니, 정말 그 능력치에 비해 심하게 홀대받아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냄비 맨 아래로 몸을 낮추어 밑으로는 화염의 열기를 견디고 위로는 맵고 짜고 쓰고 시고 비린것들을 덮어 쓰고도 자신의 단단함을 물컹, 으스러지는 희생으로 그 모든것들을 온전한 조화로 이끌어 내시니 내 어찌 칭송을 마다하리오, 할렐무야!
 한때, 아니 요즘도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언제나 거기에 늘 그렇게 있지만 변화를 멈추지 않는... 그런데 남은 무를 씹어먹다 문득, 무같은 사람도 참 괜찮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드라지진 않지만 쓰임새 많고 제 몫 톡톡히 해내는... 쉽지 않겠네요, ㅎ.
어찌보면 세상은 멍멍이만도 못한 몇몇의 흠결을 생김새도 맛도 빼어나지 못해 무시당하기 일쑤인 다수의 무같은 존재들이 메우고 보듬어 주는 덕에 평온한 것 같습니다.
 
무료한 오후에 오발에 들러 무같은 명품조연 역할을 하시던 두분이 곁을 비우게 됬네요. 어디 사람의 인연이라는게 무 자르듯 썩둑, 한 번에 떼어지던가요. 가끔 지 방에서 통기타 코드 몇개 퉁기며 영화'품행제로'에서 '스잔'을 부르던 류승범처럼 '삑사리'를 질러대는 아들을 목격할 때면, 제 머릿속엔 자연스레 두 분이 떠오르겠지요. 모든 곡이 무난했던 성구쌤... 모든 곡이 무리수였던 춘쌤... 
정말 즐거웠고 어디서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나나무스꾸리 - 'Over and o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