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와 나무꾼>을..
읽으면 왠지 자꾸 기분이 나빠졌다. 읽을수록 나무꾼과 그 나무꾼의 어머니가 불쌍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동화 꼬집기에 돌입했다.
옛날 옥황상제 사는 하늘에는 장난기 심한 선녀가 한 명 살고 있었는데, 그 선녀는 워낙 장난기가 심해서, 옥황상제도 저거 누가 안 데려가나... 날마다 고민할 정도였습니다.
근데 이 선녀가 보름달이 뜬 날, 지상세계에 목욕을 하고 오더니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장난기에 호기심까지 많다 보니, 언니 선녀들이 목욕을 하며 즐겁게 놀고 있을 때 혼자 빠져나와 산속을 다니다가, 마침 보름날이라 밤늦게까지 나무를 하는 나무꾼을 만났거든요.
웃통을 벗고 힘차게 나무에 도끼질을 하는 나무꾼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나 봅니다. 당연하죠... 하늘나라에서야 예법이 엄연한데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요.
몰래 훔쳐보다가 하늘로 올라온 그 선녀는 그날부터 머릿속에 온통 건강하고 잘 생긴 그 나무꾼의 모습만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장난기 많은 사람이 꾀도 많다 보니 그 나무꾼에 대한 여러 정보를 수집해서는 드디어 한 가지 꾀를 생각해냈지요. 마침 하늘나라에 대한 무료함도 느끼던 터라... 그 선녀는 자기가 생각해낸 꾀에 쾌재를 불렀습니다.
드디어 다음 목욕하기 하루 전날.
평소 아껴주던 하늘 사슴을 불러서는 귀에 대고 이러저러한 작전을 일러주었습니다. 하늘 생활이 무료하긴 사슴도 마찬가지인 터라... 얼른 쌩하니 지상세계로 내려가 그 명을 성공리에 완수했지요. 노총각 나무꾼은 그다음 날이 얼마나 기대되는지 밤늦도록 방에 호롱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그 선녀는 언니 선녀들의 옷은 뒤로 밀쳐두고, 잘 보이는 곳에다가 자기 날개옷을 놓아두었습니다. 언니들과 목욕을 하며 장난을 치는 중에도 연신 그쪽을 힐끗거리며 보고 있었지요. 드디어 잘생긴 그 나무꾼이 얼른 그 옷을 훔쳐 뒤로 숨는 것이 보였습니다.
끼야호! 성공이야 성공~ 누가 내 꾀를 따를 소냐~
"어머~ 이를 어째~ 내 날개옷이 어디로 갔지... 흑흑~"
제법 표정연기를 능숙하게 해내며 너스레를 떨던 그 선녀는 시간이 되어 떠나는 언니들을 눈물까지 흘리며 아쉽게 배웅을 하는 연기도 썩 잘 해내었습니다.
그다음 이야기는 알고 계시죠?
어리석은 나무꾼은 이게 웬 날아온 호떡~ 하면서 혹 땅에 그 어여쁜 선녀의 발이라도 닿을까 봐 지게 대신 둘러업고는 쏜살같이 집을 향해 내달렸지요.
얼마나 기뻤던지..."엄니~ 이뿐 색시 구해왔시유~~~~~" 하는 소리가 산을 두 개나 넘은 마을까지 들렸다네요.
꿈같은 신혼이 꿈같이 흘러갔습니다.
밤마다 가슴 튼실한 나무꾼이 어머니 눈치 보며 몰래 안아주지요... 하늘에 있으면서 부엌살림 못한 줄 어머니가 아시니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게 금이야 옥이야 아껴주시지... 단꿈은 길고도 오래도록 달았습니다. 아들도 낳았지요. 살던 하늘을 생각해서 큰아들 이름은 해, 작은아들 이름은 달이라 지었습니다. 나무꾼은 큰아들 해를, 어머니는 작은아들 달을 더욱 사랑하며 키웠습니다.
근데 산속의 생활이래야 별 변화도 없고, 요즘처럼 테레비라도 있으면 낙이라도 붙일 텐데... 아들 둘을 낳고 보니, 나무꾼 남편이 어머니 몰래 찾는 밤도 줄어들고, 이제 어머니도 연세 들어 부엌살림 하기가 힘에 부치니 뭔가 며느리에게 기대하는 눈빛도 보내오고... 선녀는 슬슬 산속 생활에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선녀는 또 새로운 꾀를 내었지요.
비가 오는 날, 하늘을 쳐다보며 슬픈 기색을 짓고 있으려니, 가마니를 짜다가 문득 선녀를 본 나무꾼.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야... 어머니와 아들들... 어여쁜 아내까지 행복하지만... 얼마나 하늘나라 식구들이 보고 싶을까...?"
기쁘게 해 줄 량으로, 일말의 양심의 가책을 느낀 하늘 사슴이 해준 경고를 잊고, 자식 셋을 얻기 전인데도 그만 날개옷을 보여주고 말았네요.
사실 선녀는 그 옷이 어디 숨겨져 있는지도 알고 있었고, 자식 셋을 낳으면 하늘나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다 보니 한사코 밤에 찾아드는 신랑을 거부하곤 했었지요. 그래도 일말의 하늘 양심이 남아있다 보니 날개옷을 훔쳐 입고 달아나진 못했던 것이지요.
"어!!! 어???" 나무꾼이 어떻게 붙잡을 틈도 없이 선녀는 두 아들들을 데리고 하늘로 날아 올라 가버렸습니다. 실의에 빠진 나무꾼과 나무꾼의 어머니... 매일 밤이면 들려오는 모자의 곡소리가 산을 세 개나 넘은 마을까지 들렸다네요.
보다 못한 하늘 사슴...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 다시 방책을 알려주고... 나무꾼이 하늘나라로 두레박 타고 올라간 이야기는 같습니다.
하늘나라에 올라간 나무꾼. 만사 편하고 행복한 나날들이었지만, 인간의 예법도 잘 모르고 살던 사람이 하늘 예법을 익히려니 죽을 맛이었습니다. 그런 나무꾼을 바라보는 선녀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남편이라고 인간 세상에서 올라와 같이 살고 있는데...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요... 남의 손가락질받기가 일상사가 되고 보니,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욕 얻어먹지 않고 저 남편과 헤어질까... 하는 생각만 하게 되었습니다.
꾀는 지어내면 생기는 법.
매일 구름 구멍 사이로 지상세계를 내려다보며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나무꾼 남편에게 다가가 속삭였습니다.
"당신... 어머니 보고 싶지요. 내가 보게 해 줄까?"
"그럴 수 있어? 그럼 너무 고맙지..."
효도야 하늘에서도 만행의 근본. 옥황상제는 당연히 웃으며 다녀오라 하셨고, 선녀는 천마의 등에 뭔가를 넣은 다음에 나무꾼에게 당부를 했습니다. 절대로 말에서 내리면 안 된다~
어찌 모처럼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아들을 아무것도 먹이지 않고 보낼 수 있으랴...
어머니는 금방 만든 뜨거운 호박죽 하나 건넸고, 그걸 받으려고 몸을 굽힌 나무꾼.
원작은 그 죽이 너무 뜨거워 나무꾼이 놀라 흘렸는데, 그 죽이 천마의 등에 떨어지고 등이 데어 놀란 천마가 펄쩍 뛰며 하늘로 솟구쳐 나무꾼이 떨어졌다고 되어 있지만...
어느 어미가 아들 입이 데일 정도로 뜨거운 죽을 먹이랴... 후후 불어 꿀꺽 마셔도 좋을 만큼 식혀서 주지... 음... 분명 음모가 있었던 거야.
선녀가 천마 등에 붙여둔 바늘이 나무꾼이 죽을 받으려 몸을 굽히자 그만 천마의 등을 찌르고 놀란 천마가 나무꾼을 떨어뜨리고는 하늘로 급히 올라 가버린 것이죠.
결국 둘만 남게 된 나무꾼과 그 어머니.
그리움에 사무쳐 죽은 나무꾼은 수탉이 되고 그 어머니는 달맞이꽃이 되었습니다.
나중에 이 사실을 다 알게 된 옥황상제께서는 엄히 그 선녀를 벌하고는...
이른 새벽 수탉이 지붕 위에서 목놓아 울면 큰아들 해를 보여주고, 밤에 달맞이꽃이 머리를 치켜들면 작은아들 달을 보여주라 명하셨답니다.
신청곡..김창남 & 선녀와 나무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