쿨하지 못해 미안해...
가는 사람 잡고 이러지 않으려 했는데 나도 어쩔 수 없는 찌질이 인가봐. 우리의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 될 때마다 너와의 아픈 추억만이 조악한 타투처럼 내 몸 구석구석에 하나씩 늘어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지워질까 싶었는데, 오히려 그 옛날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인 것처럼 함께 뒹굴던 투명한 시간마저 오염 시키는듯 해. 세월이 독이 되는 상처도 있는 법이지. 이제와서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고 솔직히 말할 용기도 없는, 너 없는 곳에서 평생 살아 갈 자신도 없는 졸렬한 내가 밉다. 그래, 솔직히 떠났던 네가 다시 돌아 올거라고 주위에서 수근거리기 시작하면 난 살짝 설렜어. 하지만 이젠 아냐. 넌 언제나 네 멋대로였어. 내가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휘청이며 애타게 찾을 때 넌 도대체 어디 있었던거니? 그러고는 어느 새벽, 빈 가지에 빗겨치는 빗소리에 잠을 설치고 어슴푸레 아침창을 열면 네가 그앞에 서 있었지. 그럴때면 난 태연한 척 움츠린 어깨로 물러서며 너를 반겼어. 또 떠날 줄 알면서도...
뭐? 뭐라고? 뭣도 풍년이라고? 아니, ... 아직도 내 손끝에, 입술에, 귓불에 남아있는 너의 흔적들로 힘겨워 하는 나에게 그게 할 소리니? 이래서 예쁜 이별은 없다고들 하는구나... 그래 나도 헤어지는 마당에 이 말까진 하지 않으려 했는데, 사실 나... 새로운 사랑이 생겼어. 어떻게 사랑이 변하냐고? 그딴 건 강릉에서 라면 먹고 가라고 꼬드기던 친절한 금자씨 한테나 물어봐.
닿을 수 없는 먼 곳에서 나를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그녀를 느꼈을 떄, 라타타타 라타타타 울린 내 심장소리는 오르트구름 너머까지 들릴 정도였어. 궁금하진 않겠지만 그녀의 이름은... 봄이야. 그녀는 알록달록 해.
자, 이제 진짜 헤어 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예전처럼 질척거리며 가다가 자꾸 돌아보거나 뒷걸음질 치지 말고 원래 네모습처럼 쿨하게 떠나 줘. 어디로 가는지는 묻지 않을게. 다만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네가 다시 돌아 와 슬며시 내 몸을 감싸 안으면 , 난 널 밀쳐 낼 도리가 없을거야. 나의 연약한 미움만으론 너의 하얀 눈물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을테니까...
그럼 이만... 안녕, 잘가라 겨울아.
아 참, 봄이가 너에게 이 노래를 꼭 들려 주라더구나.
* 박지윤 -'Steal A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