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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카지

사연과 신청곡
23-01-13 12: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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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아빠 찬스로 공짜스키를 타고 온 아들 녀석이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말합니다.
- 친구 아버지가, 처음인데 너무 잘 탄대, 상급코스 까지 갔다니까... 폼이 좋대, 담엔 보드를 타보자는데 처음부터 너무 잘 타면 오토카지?
콧노래를 흘리며 지 방으로 향합니다. 무어 집어 던질 게 없나 두리번 대는대, 아내가 거듭니다.
- 타고났나? 폼이 좋다잖아, 운동 시킬려면 돈도 많이 든다던데... 오토카지, 여보?
차마 글로 옮겨 적을 수 없는 눈빛으로 대답을 대신 건넵니다. 
 
겨우 걸음마 뗀 아이의 특이한 행동에 엄마들이 한번씩 겪는다는 '내 새끼 천재면 오토카지?' 걱정... 똥묻은 돼지가 용을 타고 집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산 복권을 손에 쥐고, '갑자기 사표를 내서 직원들이 다 눈치채면 오토카지?' 걱정... 어쩌다 출근길 거울속 모습이 왕조현 같고, 티모시 살라메 같은 날, '모르는 이가 다가 와 전화번호 물어보면 오토카지? 난 결혼도 했는데 오토카지?' 걱정... 옆에서 보면 콧방귀도 아까운, 씨잘데기 웂는 걱정에 빠진 프로 착각러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그 '오토카지 걱정' 들이 정말 쓸모 없는 지를 한번 살펴보려 합니다.
쓰래기 봉투 아낀다고 발로 밟다 옆구리 터져 짜증내고, 20만원 주고 한 히피펌이 맘에들지 않아 다음날 매직펌을 하고, 숙취로 금주다짐의 아침을 보내고 해질 녁 걸려온 친구의 한잔 전화에 속이 풀리는 우리가, '이성과 합리'라는 계몽주의 시대의 강령을 교과서에서 잠깐 보고는 다락방 구석에 밀쳐 놓았다가, 제 고집을 마치 세상 논리적인 양 억지부릴 때만 잠깐 빌어다 쓰는 우리가, 가끔은 그런 오토카지 걱정을 콧방귀 대신 옅은 미소로 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언젠가 제비가 물고 올 박씨를 심을 땅이 없어 걱정하는 수많은 흥부들과, 잃어버린 유리구두 한 짝을 들고와 문 두드릴 왕자에게 보일까 민망한 뒷꿈치 각질을 걱정하는 신데렐라들에게, 찬물을 끼얹으며 정신차리라는 입바른 소리보다, 그 누구를 해하지도 않는, 오래잖아 '그러면 그렇지~' 하고 웃고 말, 달콤한 걱정에 빠진 이들에게 조금 더 달달하라고 맞장구를 쳐 주는 것이 훨씬 인간적이지 않을까요?
이성과 합리를 빙자한 냉소 보다는 '오구오구 우쭈쭈' 의 궁디팡팡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잖아요, 우리주변에는, 정말...
 
'갑자기 어깨죽지에서 하얀 날개가 돋아 리디가 하늘로 날아가면 오토카지?' 걱정을 하는 오발이들과 '그런 오해는 오예! 입니다' 정도로 웃으며 받아치는 리디처럼, 우리 가끔은 씨잘데기 웂는 걱정도 하고 거들기도 하면서 살자구요.
리디도 주말 밤 사직서랑 복권 한 장 머리맡에 놓고, 퇴직시기와 갑작스런 프로포즈에 대처 할 '오토카지 걱정'으로 잠 한번 설쳐 보세요. 손석구도 성시경도 정해인도 아직 미혼이잖아요.
 
아, 월요일 생방이면 로또는 '꽝!'인 걸로... 
 
  -- 산울림 '내가 고백을 하면 깜짝 놀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