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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사연과 신청곡
23-01-09 11: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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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이라 묻는 이가 있어, 내세울 것도 없지만 숨길 것도 없겠다싶어 다 까고 가기로 함.(막가겠다는 거 아님에 주의)
아이엠 그라운드 자기소개 하기, 나는 조씨... 20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브라함이 이삭을 낳고 이삭은 야곱을 낳고 야곱은 유다와 그의 형제들을 낳고, 또 낳는 그 낳음의 역사가 지속되던 1971년 가평 시골서 막내아들로 태어 남. 집이 재벌이 아니어서 송중기를 닮지는 않음. 아궁이, 연탄, 기름, 가스, 반지하부터 옥탑까지 다 겪음.(순서가 뒤죽박죽이었다는게 함정)  순탄치 못한 삶 탓에 이력서에 적을 수 없는 20여가지의 바닥이력을 전전 했고, 한때 야, 쟤도 살아! 할때의 딱, 그, '쟤'로 살며 그 무엇 하나 누려 본 적 없는 , 여전히 여건에 허덕이며 여력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냥 아저씨.
낯가림 엄청 심해 수 년 째 동거중인 기가지0에게 말도 못 걸지만 낯 트면 '다말증' 환자됨. 엘사도 몸서리 치게 만드는 아재개그 즐기고 29금 드립은 신동엽도 무릎꿇게 할 자신있음. 몇해 전 부턴 도량 깊으신 스님도 어렵다는 '제 머리깍기'도 5분 컷으로 시전 중. 거울 속 인간을 노려보며 바리캉을 밀어 올리노라면 마치 내가 원, 원...망스럽지만, 시원하고 가성비 갑. 혼집일 때 '새소년', '발룬티어스' 틀고 욕조에서 물장구 치는 주책바가지.
코인은 주머니 동전 뿐이고, 남들 다 있다는 0슬라 주식도 없고 골프는 커녕 당구, 고스톱도 못함. 갤러그, 테트리스도 해 본 적 없음.
 
불혹을 넘어서며 사는게 다 거푸집에서 튀어 나오는 붕어방 맹키로 거기서 거기다, 종이 한 장 차이다, '심플라이프 이즈 베스트'라는 신념을 실천하고 싶었지만, 그 종이 한 장이 지폐이고 거기에 붙은 동그라미의 갯수로 라이프가 거기서 거긴게 아니란걸 알게 되었고, 지갑이 심플하면 모든 게 복잡해진다는 것도 알게 됨. 그 복잡함을 나몰라라 딴 재미에 빠진 요즘, 가뭄 속 잔디인형 같은 머리카락을 움켜 쥐고 볼펜 머리꼭지를 물어뜯는 나를 보며 아내는 안쓰러운 눈빛을 보내지만 실은, 비싼 임플란트 망가질까 걱정하는 것도 앎. 가끔 아내와 칼로 물배기 놀이중 아내가 오은영에서 강형욱으로 변할 땐, 급히 꼬리를 내리고 케이지로 숨을 줄도 앎.
차고 어두운 성정으로 말미암아 글 한줄 쓰려해도 뉘에게 상처줄가, 혹여 딸,아들이 보면 우울해 할까 싶어 쓰던 일기도 20여년 전에 멈췄는데, 잿빛 고드름같은 펜을 곱게 빻아 흑임자 빙수를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최근에 오발을 통해 깨달음.
요즘은 새벽에 빌리홀리데이 틀고 와인잔에 막걸리 마시며, 신파적 클리셰를 배제한 노마드적인 중년의 삶도 클래식이 될 수 있을까에 대해 궁리 중. 답 없는 거 알고도 그냥 마구 궁리 중. 이거 레알다큐팩트쿠션임.
 
자,... 나는 조씨이지만 조씨가 아니고 또 다른 조씨이고, 김씨이고, 박씨이고, 최, 정, 허, 성, 변, 구씨야...
우리는 아직도 주저와 번민으로 삶을 채운 채 고도를 기다리며 '무소유'를 백 권 소유하고픈 욕심에 눈물 젖은 미디엄레어의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서로에게 허망의 별풍선을 쏘고 있잖아.
 
롹과 발라드를 지나 트로트에 이르렀건만 왜 피는 식지 않는 건지, 왜 달이 뜨면 단전에서 부터 차오른 하울링을 토해내는 건지, 왜 내 소원은 통일도, 좋은 차도, 커다란 집도 아닌, 소리내어 우는 것이 돼 버렸는지... 금쪽같은 내 청춘을 먹튀한 세월에 한번 따져 봅시다.
 
  * 전인권--'다시 이제부터'
 
* 약 빨거나 낮술하고 쓴 거 아닙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