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션, 최수종 꿇어!

사연과 신청곡
22-12-12 11: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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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밤, 일마치고 들어오는 조씨를 오십견으로 잔뜩 예민해진 김여사가 부릅니다.
- 등 좀 긁어 줘.
- 어디?
- 견갑골 사이 흉추 4,5번 쯤...
- 그 말투 내 거야, 하지마. 여기? 시원해?
- 아니, 오른쪽 조금 아래... 으이구~ 인간아! 왼쪽 말고, 오른 쪽!!
 
등을 긁어주다 문득, 요 작은 등  가려운 곳 하나 짚어내지 못하는 나는, 살면서 아내의 가렵고 아쉽고 아픈 곳을 제대로 헤아리거나 감싸주지 못한 것같은 미안함에 심장이 몰랑몰랑 해졌습니다. 그래서 뒤를 살포시 안아주었죠. 결과는...? 식빵언니 파워의 등짝 풀스매싱이 돌아오데요... 참~나! 이 사람 오십견 환자 맞나요?
 
일주일에 한번 떡볶이를 먹지 못하면 히스테리컬해지는 여자와 막걸리를 마시지 못하면 사지에 힘이 풀리는 남자가 만났습니다. 회와 드라마에는 막장이 최고라는 여자와 모든 막장드라마에 '김치싸다구'를 날리고 싶다는 남자가 만났습니다. 카라멜팝콘 먹으러 극장 가는 여자와 늘 혼자 영화보며 숨소리도 내지 않던 남자가 만났습니다. 돈은 없어도 유머는 있어야 한다는 남자와 돈이 있으면 웃음은 절로나는 법 이라는 여자가 만났습니다. 둘은 많이 달랐지만 서로 떨어지기 싫은 마음은 같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칼, 돈, 진심뿐인데, 때 마침 나에겐 칼과 돈이 없었으므로 그 알량한 진심을 뾰족하게 갈아끼운 화살로 당신의 심장을 찔렀고, 난 평생 그 죗값을 치르며 살아가리라 마음 먹었었죠. 
그렇게 22년을 살았고, 이제는 함께 떡볶이에 막걸리 마시며 영화도 보는 사이가 됐네요. 철없던 아내는 허구헌 날 '장고끝에 편두통'만 앓는 남자의 이마를 어루만지는 엄마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세상을 불편해 하던 남편은 희로애락이 끼니때마다 바뀌는 여자에게 워-워-하는 법을 알려주는 아빠같은 존재가 되어 갑니다
그렇게 세월속에서 사랑이란, 상대의 결핍을 채워 주는게 아닌, 보듬어 주는거란 걸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달달한 늦잠이 고픈 일요일 아침, 사위는 밝아오고 눈 떠진김에 잔뜩 여미고 천변을 걷고 왔습니다.
어깨통증으로 밤새 앓으며 뒤척이다 이제사 곤히 잠든 아내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 나는 여전히 당신의 43도 예각의 걸음걸이와 21번 째 척추디스크와 왼발 네번 째 멍든 발톱을 사랑합니다. 아직 닫히지 않은 사랑의 성장판 안에 당신을 가두고 당신이 내 품는 35도 콧김에 묻어나는 이산화탄소와 조그만 쌍꺼풀아래 차가운 눈빛으로 광합성 하며 나이테를 늘려 갈 것입니다. 먼 훗날, 더 이상 가지를 뻗지 못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더라도, 가끔 내게 기대는 당신에게 따스한 그늘 한 조각으로 오래된 짝사랑을 고백하리다...
 
아무래도 5초 후 저는, 등짝을 한대 더, 맞을것 같습니다...
 
   - 존레논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