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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가라, 프랑스~

사연과 신청곡
22-11-17 10: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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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이맘때 였습니다.
자정무렵 학원을 마치고 돌아온 고2딸이  수능뉴스를 멀뚱히 바라보던 부부에게 웃으며 말합니다. 분명, 웃고 있었습니다.
- 나, 수능 안 볼래, 대학 안 갈거야... 프랑스에 가고 싶어!
아내의 눈에는 7.8의 강진이 일었고, 저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한마디 했습니다.
- 니가 벌어 가라~ 프랑스!
 
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고, 다음날 학교와 학원에 사실을 전했습니다. 바로 아이와 관련 학원과 어학원을 알아보았고, 고3 1년, 졸업후 1년을 주경야독 하던 딸은 거짓말처럼 올해 4월1일 새벽 4시10분 비행기로 떠났습니다. 생각보다 어려운 일도, 생각만큼 쉬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스스로 잘하리'란 믿음은 있었지만, 부족한 뒷바라지로 마을 벼룩시장에서 옷을 사 입고, 김치까지 담궈 먹으며 매일밤 매운 닭발이 그립다는 아이가 올리는 사진은 빵, 과자, 케이크에 눈도 주지않는 저마저 침을 삼키게 만듭니다. 여자대 여자로 언성을 높이던 아내도(그럴때면 아들과 저는 이불속으로 숨었습니다만...) 가금 딸의 빈 방 침대에 걸터 앉아 있곤 합니다.
나중에, 잘되면 잘한 짓이고, 못되면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다만 아내와 저는 국경도 국적도 무의미해진 요즘 세상에서, 더 이상 부모가 엔진이나 핸들의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고 가끔, 라이트나 와이퍼 정도의 도움이면 되겠다 싶었죠. 성인이 되도록 꿈을 입밖에 내지도 못하고 살았던 저는, 딸에게 그저 기회를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훗날, 남극에서 펭귄이랑 호떡을 굽든, 달나라에서 토끼랑 달고나를 찍든, 이제 저는 불빛을 거두어들인 등대의 눈으로 하늘을 보며 내일의 남극은 너무 춥지 않기를, 달나라에도 온화한 달빛이 비추기를 바랄 뿐입니다.
 
결과가 과정을 합라화 시키는 시대에, 재화의 많고 적음이 자존감을 쥐락펴락 하는 현실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이 점점 줄어만 갑니다.
 
수년 간 혼신의 노력끝에 수능을 본 친구들, 마지못해 자리에 앉아 있던 친구들, 그 자리에 함께 하고 싶어도 여러사정으로 그러할 수 없었던 친구들...
하지만 뜨거운 가슴 속 파란꿈 하나씩 숨겨 둔, 이 땅의 희망, '에므제트 세대'에게 이유모를 미안한 마음으로 위로와 응원을 보내며 이노래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 김민기 - 봉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