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뉴스투데이 오전 7시 30분
930뉴스 오전 9시 30분
5시 뉴스와 경제 오후 4시 55분
뉴스데스크 오후 8시 20분
뉴스투데이 오전 7시 30분
930뉴스 오전 9시 30분
5시 뉴스와 경제 오후 4시 55분
뉴스데스크 오후 8시 20분

허, 호, 하

사연과 신청곡
22-10-11 10:52:13
921
1
이 글을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이 글을 트위터로 퍼가기 이 글을 카카오스토리로 퍼가기 이 글을 밴드로 퍼가기
- 자~ 김여사님, 지난 주에 궁중떡복이 드시고 매운 떡볶이 먹고 싶다 하셔서 오늘은 매콤한 기름떡복이 대령입니다. 트러플 올리브오일 뿌려서 유럽의 향이 날거야~.  이건 어제 만들어 놓은 티라미수야. 이번엔 마스카포네치즈에 그릭요거트와 럼을 넣어봤어... 어때? 더 깊은 향이 나는거 같아? 오늘은 맥주 말고, 지중해의 노을빛을 닮은 로제와인 따볼가?
- 그만!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 음식 다아~식어~! 당신 또 사랑의 맛이 느껴지냐고 물으면, 나 그냥 컵라면 먹을거야! 당신은 가끔 물마시면서도 수 십만년 전 빙하속의 수소맛, 산소맛을 찾으려는 사람같아. 난 그냥 짜고, 달고, 시고, 매운정도 밖에 모른다구... 떡복이는 맵고 달고, 커피는 쓰고, 콜라는 시원하면 되는 거 아냐?
 
언제부터 였을까...?
국민엄마가 '고향의 맛' 한 스푼을 드시고 '그래, 이맛이야~'라며 웃을실 때부터 였을까, 사람들이 '식객'이나 '신의 물방울'을 접하면서 였을까, 아니면 TV와 SNS가 온통 호들갑 일색인 남 밥먹는 모습만 보여줘서일까... 젤리와 아이스크림으로 과일을 배워 진짜과일을 뱉어내던 아이들이 자라, 커피 한 모금에 열대과일과 넛트맛을 찾아대고, 와인 한 잔에 지중해의 태양과 흙향을 느껴야 하고, 냉면육수에서 동치미국물과 양지육수의 황금비율을 찾아내려는, 이놈의 체할 듯 한 섭식의 불편함 이라니...
뇌가 혀를 왜곡하고 그 혀로 내뱉은 거짓이 또 뇌를 조작하는, 허울 뿐인 맛과 멋에 포위 당한 우리의 삶은 그래서 늘 허기진 것일까?
연예인의 '짤'로 표정과 제스처를 배워 자신을 표현하고, 셀럽의 SNS속 과장된 일상을 흉내내다 카드고지서에 현타 씨게 맞고... 자신의 본 모습과 현실을 외면하려 타인을 쫓아 땅에서 발을 띄우면, 그건 날아가는게 아니라 고꾸라짐의 전조일 수도 있음을 모르는가...
어느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일갈했 듯,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좀 더 진솔한 삶을 살아야 겠구나... 내 주민 번호 앞에 '허'자나 '호' '하'가 붙어 있는 건 아닌지, 타인의 삶에 내 낯을 덧 댄 '라이프 싱크'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또...
 
머릿속에 똠냥꿍 국물을 끼얹은 듯 시큼매콤쌉싸래한 생각들이 어지러이 뒤엉키는데... 갑자기 어디 멀지않은 곳에서 낯설지 않은 음성의 이단 옆차기가 훅! 치고 들어온다.
 
-여보, 여보! 정신차려욧! 또 멀뚱허니 서서 넋놓고 머리로 글쓰지 말고, 저지방 수소 샷 추가하고 유기농 버들잎 하나 띄운 시원한 냉수나 한 사발 가져와요!
- ... 여, 여보... 지금 당신은 내게, 4딸라짜리 모욕감을 주었소... 
 
이상, 제대로 당한, 어젯밤 이야기 였습니다.
 
       소방차 -- '어젯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