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김여사님, 지난 주에 궁중떡복이 드시고 매운 떡볶이 먹고 싶다 하셔서 오늘은 매콤한 기름떡복이 대령입니다. 트러플 올리브오일 뿌려서 유럽의 향이 날거야~. 이건 어제 만들어 놓은 티라미수야. 이번엔 마스카포네치즈에 그릭요거트와 럼을 넣어봤어... 어때? 더 깊은 향이 나는거 같아? 오늘은 맥주 말고, 지중해의 노을빛을 닮은 로제와인 따볼가?
- 그만! 제발, 그만~해~! 이러다가 음식 다아~식어~! 당신 또 사랑의 맛이 느껴지냐고 물으면, 나 그냥 컵라면 먹을거야! 당신은 가끔 물마시면서도 수 십만년 전 빙하속의 수소맛, 산소맛을 찾으려는 사람같아. 난 그냥 짜고, 달고, 시고, 매운정도 밖에 모른다구... 떡복이는 맵고 달고, 커피는 쓰고, 콜라는 시원하면 되는 거 아냐?
언제부터 였을까...?
국민엄마가 '고향의 맛' 한 스푼을 드시고 '그래, 이맛이야~'라며 웃을실 때부터 였을까, 사람들이 '식객'이나 '신의 물방울'을 접하면서 였을까, 아니면 TV와 SNS가 온통 호들갑 일색인 남 밥먹는 모습만 보여줘서일까... 젤리와 아이스크림으로 과일을 배워 진짜과일을 뱉어내던 아이들이 자라, 커피 한 모금에 열대과일과 넛트맛을 찾아대고, 와인 한 잔에 지중해의 태양과 흙향을 느껴야 하고, 냉면육수에서 동치미국물과 양지육수의 황금비율을 찾아내려는, 이놈의 체할 듯 한 섭식의 불편함 이라니...
뇌가 혀를 왜곡하고 그 혀로 내뱉은 거짓이 또 뇌를 조작하는, 허울 뿐인 맛과 멋에 포위 당한 우리의 삶은 그래서 늘 허기진 것일까?
연예인의 '짤'로 표정과 제스처를 배워 자신을 표현하고, 셀럽의 SNS속 과장된 일상을 흉내내다 카드고지서에 현타 씨게 맞고... 자신의 본 모습과 현실을 외면하려 타인을 쫓아 땅에서 발을 띄우면, 그건 날아가는게 아니라 고꾸라짐의 전조일 수도 있음을 모르는가...
어느 스님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라 일갈했 듯,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좀 더 진솔한 삶을 살아야 겠구나... 내 주민 번호 앞에 '허'자나 '호' '하'가 붙어 있는 건 아닌지, 타인의 삶에 내 낯을 덧 댄 '라이프 싱크'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그리고 또...
머릿속에 똠냥꿍 국물을 끼얹은 듯 시큼매콤쌉싸래한 생각들이 어지러이 뒤엉키는데... 갑자기 어디 멀지않은 곳에서 낯설지 않은 음성의 이단 옆차기가 훅! 치고 들어온다.
-여보, 여보! 정신차려욧! 또 멀뚱허니 서서 넋놓고 머리로 글쓰지 말고, 저지방 수소 샷 추가하고 유기농 버들잎 하나 띄운 시원한 냉수나 한 사발 가져와요!
- ... 여, 여보... 지금 당신은 내게, 4딸라짜리 모욕감을 주었소...
이상, 제대로 당한, 어젯밤 이야기 였습니다.
소방차 -- '어젯밤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