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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탈출 No. 0924

사연과 신청곡
22-09-26 12:4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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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아내도 주파수를 맞추는 모양입니다.
주말아침, 뜬금읎이 던집니다.
- 신청곡 쓰는 법, 문자 보내는 법 다 알려 줬는데 당신은 왜 퀴즈 안 풀어?
- 선물에 술 생기면 맞출거야
- 선물받으면 내가 비싼 막걸리 사 줄 수도 있는데...
- 아하! 그런 신박한 방법을 여직 몰랐네..
 
- 재밌어... 잘 하드라 그 여자 아나... 센스도 대단하고, 공감능력도 좋고... 딱 자기 스탈 아냐?
 
... 아, 올 것이 왔구나!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위험한 질문!
(싸늘하다. 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조씨... 늘 그렇듯, 못 들은 척 딴소리 하는 필살기를 날려라!)
- 어? 어... 밥벌이잖아... 그래도 쉽진 않겠지, 라디오라 편할 것 같지만 사람들이 목소리에만 집중하다보니 그날 그날의 표정이나 컨디션을 더 잘 읽어내. 그걸 모를 리 없을테니 자기관리도 힘들테고... 나같이 눈치 없는 인간이 가끔 톤에 맞지 않는 이상한 글 보내 읽어달라, 노래 틀어달라... 비위도 여간 아닐거야...
또 끝나면, 언제 콧물 흘리며 웃었냐는 듯 태세전환 하고 앵커 자리에 앉아야 하니, 퇴근길에 불꺼진 복도를 혼자 걸어나오다 보면, '난 누구?' '여긴 어디?' 현타가 와서, 질풍노도의 시기처럼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하겠지... 하긴 그래서 사춘기 소녀같은 모습도 있고... 어쨋든 확실한 건, 밥벌이 이상의 진정성이 가득 하다는거지...
- 그걸 어찌 아슈?
- 노안이 오면 실루엣은 흐릿해져도 그 속은 더 또렷하게 보이는 법이거든... 0.3 데시벨의 눈동자 움직임, 27데시벨의 콧방귀, 울컥을 삼키는 12데시벨의 울대울림도 다 알 수 있지...
- 얼씨구, 도사 나셨네요~
 
(더 지껄이자, 아까 물어본 거 까먹을 때까지...)
- 근데 말야, 당신도 들었어? 시작할 때 왜 그렇잖아, '당신의 오후를 함께 합니다'라고, 난 자꾸 그 '오후'가 '노후'로 들리는 거 있지? 가만 있어보자... 매월, 한 십년만 사연 보내면 그 후엔 글고생 없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을까? 마일리지로 신청곡 우선권 같은거 주지 않을까?
- 아저씨, 막걸리를 귀로 드셨어요~? 눈 침침하다 해서 노안 돋보기 사드린지 얼마 됐다고 보청기 타령이에요! 어여 씻기나 해요!
- 여보, 그게 무슨 말이야...? 씻으라니, 왜에~?
- 으이구~ 나, 원, 참! 빨랑 씻고 냄새나는 막걸리 통들이나 치우라구욧!
 
... 이렇게 목숨 부지한 채, 위기탈출 넘버0924를 무사히 마침니다.
 
근데 여보... 고함치듯 말하지 않아도 돼... 나 작은 소리도 잘 들을 수 있어... 지금 내 귀엔 보청기가 아닌 헤드폰이 필요해...
달콤한 속삭임이 흘러 나오는 사랑의 헤드폰 말야...
 
   라붐I OST-- 리처드샌더슨 'Rea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