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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단상.

사연과 신청곡
21-07-25 00: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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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전에 이런 사연을 보내볼까 하다가 접은 적이 있습니다.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
힘들고 괴로울 때,
병원 소아과 병동에 가보면요,
아주 어린 아이들이 휠체어에 앉아서 링거 주렁주렁 매달고
과자 먹으면서 티비 보면서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맘이 어찌나 짠한지.

정신줄과 이성의 끈을 놓고싶을 때,
병원 응급실 대기실에 앉아있어보면요,
갓난아기부터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처참한 응급 환자들의 고통스런 현실을 볼 수 있습니다.
제발 살려달라고, 제발 안아프게 해달라고...
....

뭐,
얼마전에 제 가족이 수술받고 입원해서
출근 때, 퇴근 때 시간을 쪼개서 간병을 하다보니
(코로나  4단계라서 가족 지정 1인만 출입가능한 상황이네요)

예전에 이런 사연 보낼까  말까 했던 고민이 떠오르네요.
고민했던 이유는,
그리고 정식 사연으로 안보내고 앞으로도 안보낼 이유는,
정작 병원에 계시는 그분들이
방송으로 이런 사연을 들으면 얼마나 더 아파하고 슬퍼하실까...

흠.흠.
리디, 제 걱정은 안하셔도 되요.
다음주에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니까요.
일에 치이고 시간에 치이고 내우외환 공사다망이지만,
소심왕 개복치 특유의 치밀하고 섬세한 버티기 신공으로 일상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어쨋든.

"네가 나보다 더 많이 힘들어하는 걸 보니 내가 위안이 된다."가 아니라,
"나보다 네가 더 많이 힘들구나. 내가 도와줄게."라고 손을 내밀 수 있는 오발 가족분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요 ^^)

그냥,
제 근황 곁들인 단상입니다.

끝.

오늘은 에필로그 없어요.

커피를 독약처럼 마시며 하루를 버티고,
집 문을 들어서면 기절하듯 쓰러져 잠들고싶을 뿐.
(이건 수필가 전혜린님 에세이에서 인용한 표현입니다^^)


그래도 이렇게 일상 넋두리를 할 공간이 있어서
잠시 마음의 여유를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이제 저녁 뭐먹을지 고민을 해보려다가 시간이 헐...대충 그냥...

아이쿠. 이넘의 손꾸락이 쉬질 않네요.

끝.

리디. 조만간 밝은 모습으로 금방 돌아올게요.
늘 그랬듯이요.
찡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