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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길동아저씨의 편지

사연과 신청곡
23-05-25 14: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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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게시판에 들어와 사연을 남기게 되니 기분도 색다르고 참 좋네요.
레트로가 그렇게 유행인 요즘에 나누고픈 이야기를 리디가 직접 전해주시면 감동이 두배로 올 것 같아서 남깁니다.
어제(24일) '아기공룡 둘리' 영화가 재개봉 했어요. 오후의 발견 청취자 가족분들 모두 둘리에 대한 추억이 있으시죠. 고약한 고길동 아저씨가 이해가 되고 측은한 마음이 들면 어른이 되었단 증거라고 하던데 그런 고길동 아저씨가 우리에게 편지를 썼어요.
 
[고길동아저씨의 편지]
 
안녕하세요, 고길동입니다.
껄껄껄.
 
오랜만이란 말조차 무색할 만큼 세월이 흘렀습니다.
우리 어린이들, 모두 그동안 잘 있으셨는지.
 
제가 '아기공룡 둘리'에서 동명의 역할 고길동을 연기한지
40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오랜 시간을 일일이 세지는 않았으나
시간은 공평하게 제 어깨 위에 내려 앉았습니다.
 
그런데 이제 다들 제 역할을 이해한다면서요?
 
제가 악역이 아니라 진정한 성인이었다는 말을 들을 줄이야, 껄껄.
 
대뜸 30여년 전 쌍문시장에서 어떤 꼬마 녀셕이
어묵 꼬챙이로 저를 막 찌르면서 공격하던 일이 생각나네요.
그 녀석도 이제는 저를 이해한다고 할지요?
 
반가운 웃음과 세월의 섭섭함이 교차합니다.
 
인생이란 그런 것입니다.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
 
나이가 들어가며 얻는 혜안은 거부하기엔 값진 것입니다.
그렇다고 행여 둘리와 친구들을 나쁘게 보지는 말아주세요.
 
그 녀석들과 함께 한 시간은
제 인생의 가장 멋진 하이라이트로 남겨져 있습니다.
 
보고 싶다고 백 번을 말하면,
보고 싶다고 천 번을 말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뤄지지 않을 그리움은 바람이 되어 저의 가슴을 스쳐갑니다.
 
지난봄,
한국에서 워터폴인가 어디선가 하는 회사에서
'얼음별 대모험'을 재개봉하게 되었다며 한 마디 요청하길래
 
"이제는 우리 사이의 오해를 풀고 싶다."라고 관객을 향한
제 작은 바람을 적어 보냈지요.
 
알고 보니 우리는 더 풀 오해가 없더군요.
 
이제는 이해하는 사이가 된 우리, 다들 어떠신가?
살아보니 거울 속에 제 표정, 제 얼굴이 비치는지. 껄껄껄.
 
2023년, 한국에서는 많은 분들이
90년대의 향수와 문화를 추억한다고 들었습니다.
 
지난 날 누군가를, 어느 장소를, 그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추억하는 모두의 모습을 축복하고,
추억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어하는,
여전히 앳된 당신의 모슴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꼰대 같지만 그럼에도 한 마디 남기니 잊지 마십시오.

'한 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것을.
 
살아야 할 세월 속
정겨운 인연을 믿으며
 
먼 곳에서 고길동,
2023년 5월.
 
P.S. 둘리야 너가 이제 마흔이라니,
철 좀 들었는지 모르겠구나 껄껄.
 
철들지 말 거라.
네 모습 그대로 그립고 아름다웠다고
말해주고 싶다. 건강해라.
 
그리고
오래오래 모두의 기억 속에 살아가 주렴.

 
 
노래신청합니다. [아기공룡 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