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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브라질(프래질)

사연과 신청곡
22-12-05 12:3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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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적뒤적... 여기 있었군!
승리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청소할 때 쓰고 버릴 요량으로 아내가 옷장구석에 넣어 놓은 낡은 수건과 작아진 옷가지들을 헤집어 그 옷을 찾아냈습니다.
그 무모하고도 위대한 결단을 실행하려 하자, 아내는 '님아, 제발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표정으로 돌아섰고, 환호성으로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있던 아들은 '아버님 정녕 저를 홍길동으로 만드실 셈이십니까?!' 하는 정색한 표정으로 저를 바라 보았습니다. 하지만 사태는 이미 돌이킬 수 없었고, 가족을 등지고 한겨울 만주로 떠나던 독립투사의 심정으로 그 옷 틈으로 저의 상체를 들이 밀었습니다.
기능성 원단의 검은색 런닝셔츠!
아랫쪽은 크롭을 너머 언더붑에 가까워 그나마 비슷했는데 윗쪽은 겨드랑이 부분을 힘껏 잡아내려 원단의 텐션을 억눌러야 했습니다. 거울 앞에 섰습니다. 이런, 0라질! 상상하지 마십시오, 황희찬이 되려다 손흥민처럼 울고만 아저씨의 처절했던 새벽 몸부림을...
최첨단 스포츠과학이 응축된 속옷이라는 설명에는 관심 없습니다. 그의 '브라, 질'은 한없이 멋진데 저의 '브라, 질'은 왜 흉측하다 못해 슬픈 것입니까, 도대체 왜...? 그러나 23년 SS시즌을 강타할 잇템을 놓칠 수는 없습니다. 내일 새벽 저희집 냥이들이 '멍멍' 짖는한이 있더라도 저는, 결연하게 그 속옷을 입고 응원할 것입니다. 점잔빼지 마시고 함께하실 분들 요기요기 붙으세요. 단, 배 안나오고 식스팩 장착하신 분들 사양합니다.
 
20년 만에 찾아온, 또 다시 20년 후가 될지, 내생에 마지막일지 모를 이 함성의 기회에 국뽕이건 김칫국이건 좀 들이켜면 어떻습니까? 5대0으로 지면 또 어떻습니까? 처참하게 무너지고 깨지면서 우리나라 축구도, 우리의 삶도 안티프래질 되어 왔는걸요.
그러니 내일 새벽 우리의 구호도 응원가도, 바로 안티브라질(프래질)인 것입니다.
 
  - 르세라핌 '안티프래질'